“1년반을 15년 처럼 살았습니다.”
지난 2003년초부터 5, 6명이 뚝딱거리며 시작한 게임이 1년반 정도 지나 ‘데카론’, ‘서든어텍’으로 태어났다. 그 작업을 총괄 지휘했던 백승훈(34) 게임하이 개발이사(CTO)는 지나간 시간을 ‘지옥’처럼 회상한다.
“지금 돌이켜보면 결과물이 있어서 그렇치 당시로선 진짜 춥고 배고픈 시절이었습니다. 데카론 4,5명, 서든어텍 1명이라는 초기 개발자 숫자가 말해주듯 시작은 그야말로 맨바닥이었습니다. 오기 조차 없었다면 지금도 없었을 것입니다.”
백 이사는 세살터울 형이 게임개발에 미쳐살던 시절 게임을 접했다. 군대를 제대한 95년경 ‘형의 작업’에 눈길이 갔고 훗날 그것이 자신의 ‘업’이 될지 꿈에도 몰랐다.
97년 자바통신이라는 PC통신기반 콘텐츠 개발사를 동업으로 차렸고, 몇몇 게임에 손에 대다 번번이 고배를 마셔야했다. 급기야 2000년 회사가 넘어갔고, 외톨이 신세로 개발판을 떠돌아야했다.
“주변에 휘둘리다 보니 변변한 게임도 없는 개발자 신세가 한 2∼3년 지속됐습니다. 아픔과 성숙이 교차하는 시간을 버티며 기다리다 결국 2002년 게임하이라는 회사를 운명처럼 만나게 됐습니다. 개발 전담 팀장으로서의 직함과 함께, 책임이 주어진 첫 자리였습니다. 프리랜서처럼 지내온 개발 작업을 마감하고, 회사와 나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야하는 입장이 됐습니다.”
그렇게 조직을 정비하고, 2003년초부터 본격적인 개발작업에 들어간 것이 지금의 온라인롤플레잉게임(MMORPG) ‘데카론’이다.
‘데카론’는 올해 초 공개시범서비스를 시작, 현재 동시접속자 3만명선으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중국에도 올초 수출돼 현재 공개시범서비스를 진행중이며 동시접속자수 20만명을 훌쩍 넘겼다. 특히 지난 ‘차이나조이2005’ 행사 뒤 평가단으로부터 해외게임 대상을 수상하며 발군의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데카론 개발에 있어 특히 역점을 둔 부분은 엔진입니다. 개발 초반부 거의 1년을 엔진을 만드는데 쏟아부었을 정도입니다. 그렇게 공을 들여 만든 엔진이다 보니 게임속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모양입니다. 지금은 외국에서 먼저 데카론을 보고 엔진을 구매하고 싶다는 의사를 타진해오고 있습니다. 초기 너무 힘들어 엔진을 외부에서 사올까를 고민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백번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 기초공사부터 자기 손으로 해서인지 백 이사의 ‘데카론’에 대한 백 이사의 애정은 끝이 없다. 지금도 1주일이 멀다하고 크고 작은 패치가 진행되고 있고, 앞으로 1년은 더 개발이 진행돼야한다고 그는 말한다.
CJ인터넷 넷마블을 통해 서비스중인 ‘서든어텍’도 1인칭슈팅(FPS)게임시장의 성공작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인기 과녁은 맞췄지만, 여전히 더 개발해야할 부분이 많은 점은 ‘데카론’가 다를 바 없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