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0년대 세계 반도체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면서 미국으로부터 덤핑혐의를 받으며 ‘미일 반도체전쟁’이란 분쟁까지 겪었던 반도체 대국 일본이 몰락하고 있다.
지난 2000년 이후 악화일로를 걸어 온 일본 반도체업계가 올해에도 세계시장에서 부진을 거듭하며 매출이 격감했다. 이에 따라 소위 ‘히노마루 반도체’의 부활을 외치며 연합전선을 구축해 온 일본 반도체업계에 전반적인 ‘지반 침하 현상’이 가시화됐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 조사기관인 아이서플라이가 조사한 ‘2005년 세계 반도체업체별 매출 랭킹’에서는 르네사스테크놀로지·NEC일렉트로닉스 등 일본을 대표하는 반도체 업체들의 순위 하락이 두드러졌다.
이러한 부진은 올 세계 반도체 시장이 전년 대비 4% 이상 성장한 것으로 예측된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더욱더 일본 산업계를 충격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2000년 이후 추락 일로=일본세는 지난 2003년 세계 3위였던 르네사스테크놀로지가 지난해 5위, 올해는 7위로 2년 연속 2계단이나 주저 앉았다. 특히 NEC일렉트로닉스는 상위 25개사 가운데 매출이 가장 격감되는 부진 속에 10위에 간신히 턱걸이했다. NEC의 매출은 전년 대비 무려 12.2%나 감소할 전망이다. 유일하게 순위를 올린 것은 도시바로 지난해 7위에서 4위로 3계단 상승했다.
◇반도체가격 하락 대응못해=일본 업계의 부진은 디지털 가전기기의 가격 하락 여파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주력인 시스템LSI 가격 하락 압력이 심해지면서 이 분야 최대업체인 르네사스는 매출이 전년 대비 7.0% 감소한 8372억달러에 그쳤다.
또 히타치제작소, 엘피다메모리, NEC, 소니 등도 해외판로 확대 전략이 좀처럼 진척을 보이지 못하면서 매출 하락세를 기록했다. 히타치, 엘피다, 소니는 이미 지난해부터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한때 50%에서 20%로 격감=전문가들은 “지난 1980년대 말에 50%를 넘었던 일본 업체들의 세계 반도체 점유율은 현재 20%선으로 떨어진 상태”라며 “내수 중심인 일본 반도체산업의 회생이 쉽지 만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NEC 측도 “최근 몇년 간의 고전은 ‘소량 다품종’ 생산이 필요한 시스템LSI 사업의 수익성이 날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는 올 세계 반도체 시장이 전년 대비 4.4% 증가한 약 2373억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상위 3개사 부동의 1위 인텔(미국)을 비롯, 2위 삼성전자(한국), 3위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등으로 전년과 동일한 진용을 이뤘다. 또한 3사 모두 시장 평균을 상회하는 성장을 거둘 것으로 예측됐다. 상위 3사의 공통된 강점으로는 ‘경쟁력있는 제품·세계시장 장악’이 거론됐다. 이들은 브릭스(BRICs) 등 신흥시장에서 PC나 휴대폰이 급속도로 보급되면서 CPU, 메모리, 휴대폰용 프로세서 등의 판매가 호조를 보였다.
명승욱기자@전자신문, sw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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