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포럼]그래도 희망은 중소벤처다

[벤처포럼]그래도 희망은 중소벤처다

최근 벤처 1세대라고 불리는 유명 벤처기업인들이 분식회계 혐의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중소 벤처업계를 보는 시각이 다시 차가워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벤처업계를 지탱하는 두 기둥 중 하나인 벤처캐피털 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시장 참여자의 한 사람으로서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상황은 매우 당혹스럽다. 지난 2000년 코스닥시장의 거품 붕괴가 시작된 이후 수없이 터져나온 게이트를 보면서 자괴감이 든 지 2년여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또다시 이런 비극을 지켜봐야 하는 심정은 참으로 괴롭다.

 그렇지만 조금만 다른 방향에서 냉철하게 상황을 바라보면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부작용들은 우리나라 벤처업계가 선진화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시행착오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시행착오 자체가 자산화되어 미래의 경제적 효용을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나와 같은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은 벤처기업들을 평가할 때 크게 두 가지를 중요시한다. 첫째, 인적자원관리 능력이다. 대부분의 중소 벤처기업 경영자는 엔지니어 출신이기 때문에 자신이 부족한 부문에서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찾아 활용하는 유연함을 갖추어야 한다. 둘째, 내외부적인 환경변화시 대응능력이다. 중소 벤처기업은 자금과 영업 등 핵심 부문에서 대기업에 비해 취약한 구조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의 정보기술(IT) 전문잡지인 레드헤링이 선정해 발표한 아시아 100대 기업에 우리나라 중소 벤처기업이 11개나 포함됐다. 분야도 인터넷전화(VOIP)·차세대로봇·모바일게임·DMB튜너 등으로 IT 부문 전반에 걸쳐 다양하게 분포돼 있다. 이뿐만 아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전시회에서 우수상·최우수제품상으로 선정됐다는 소식이 눈에 띄게 많아지고 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중소 벤처기업들의 경쟁력이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대변하는 대목이다. 그렇다고 ‘세계 최초’ ‘미국시장 장악’ 등과 같은 현란한 수사(修辭)에 현혹될 필요는 없다.

 최근 부산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는 우리 기술로 만든 최첨단 IT제품과 서비스가 각국 정상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IT기술력을 전세계에 과시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한다. 행사를 주관한 자치단체나 정부부처 그리고 삼성전자나 SK텔레콤과 같은 대기업들의 역할이 중요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 뒤에는 부품과 장비를 원활하게 공급한 중소 벤처기업과 젊은 엔지니어들이 있었다는 점을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벤처 비즈니스라는 개념이 태동한 미국의 실리콘밸리는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수만개의 기업이 태어났다가 사라지는 역사를 반복하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추었다. 이제 10여년 된 우리나라 중소 벤처기업업계가 다소 부족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발효된 지 8년이 지났다. 코스닥시장에서 성공한 벤처기업도 많았고 무리한 기업활동으로 국가 경제에 막대한 손해를 끼친 기업과 기업인도 있었다.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이미 수십년 전에 도전과 응전이라는 개념적 틀을 통해 ‘역사는 순환적으로 반복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역사인식을 바탕으로 볼 때 지난 8년 동안의 정책추진 과정과 시장의 반응을 통해 얻은 많은 교훈이 향후 우리나라 중소 벤처기업들의 생존능력 향상에 활용돼야 한다는 점이 더욱 분명해진다. 기업경영은 실패에서 배우는 것이 더 많다고 하지 않는가.

 굳이 경제·경영이론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중소 벤처기업이 우리 경제의 미래 경쟁력을 결정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지금은 정부·대기업·투자자 등 시장 참여자 모두 중소기업 그리고 벤처기업이라는 키워드의 역사적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무엇을 해야 할지 신중히 판단해야 할 시점이다.

◇김성균 무한투자 대표 skkim123@muhani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