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왜 SW강국인가

‘IT강국에서 SW강국으로’.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이 12월 첫날 코엑스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SW산업발전전략 보고회’에서 밝힌 SW산업 육성 비전 전략이다. 얼핏 당연하게 보이지만 뜯어볼 대목이 많다. IT는 SW부문을 포함하는 광의의 개념인데도 구태여 왜 SW라는 각론으로 가자는 것일까. ‘유비쿼터스 강국’을 비롯한 미래지향적인 비전이 많은데 굳이 ‘SW강국’을 지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노 대통령이 이날 전략보고회에서 이와 관련해 발언한 내용을 보면 그 뜻을 짐작할 수 있다.

 “누가 들어도 IT강국을 포기한다는 뜻은 아닐 것이고, IT강국은 이미 어느 정도 도달했으니 SW강국까지 함께 가자는 것으로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풀이했다. ‘절름발이 IT강국’이 아니라 ‘완전한 IT강국’으로 재도약하자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노 대통령은 “매우 좋은 목표를 선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 어느 정부부처든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할 때면 최종 목표에 ‘강국’이라는 단어가 포함되지 않은 게 거의 없을 정도다. 그러다 보니 진 장관도 SW산업 발전계획을 보고하는 자리에서 비장한 다짐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SW강국으로’는 우리나라 SW산업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진 장관은 SW를 산업 변화 추세에도 맞고 앞으로 우리나라의 먹거리로 봐 주길 바랐을지도 모르겠다. 진 장관이 “전 산업 분야에서 SW 개발 원가 비중이 평균 33.5%에 달하고 자동차와 컴퓨터 등 첨단 제품은 40%가 넘을 정도로 SW가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의 핵심 산업 인프라로 부각되고 있다”고 강조한 것을 보면 그렇다.

 세계 산업 추세도 SW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세계 SW시장 규모는 작년 기준으로 8600억달러였다. 휴대폰 전체 시장의 8배에 달하는 규모다. IT시장을 주도하는 기업군도 SW분야다. IBM 등 하드웨어 중심인 업체들은 지금 산업 변화에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있다. 하지만 MS 등 SW 중심으로 커온 기업들은 시장 지배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SW산업은 어떤 상황인가. 진 장관은 우리나라 SW산업 현황에 대해 “어떻게 보면 초라한 수준”이라고 표현했다. 따져보자. 지난해 우리나라 SW산업 생산액은 21조원, 수출은 8억달러다. 하지만 이는 세계 SW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1%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SW기업들은 글로벌 기업의 100분의 1도 안 되는 곳이 많다. IT강국으로서 초라한 성적표임에 틀림없다.

 ‘IT강국’ 한국. 지금은 누구의 입에서도 스스럼없이 나오는 말이다. 인터넷 이용자 수의 인구비율, ADSL 보급률, 휴대폰 보급상황 등을 보면 분명 IT강국이다. 선진국 기업들이 휴대폰이나 SW 신제품을 개발하면 한국시장에 먼저 선보여 반응을 살필 정도라니 조금 우쭐댈 만도 하다. 하지만 자랑은 여기까지다. IT의 핵심인 운용체계·각종 표준·서버 등 인프라 분야에는 우리나라가 명함도 못 내민다. 정확히 말하면 IT관련 네트워크와 일부 제품은 강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IT강국과는 거리가 있다.

 지금까지 IT분야의 성장이 자본집약적인 하드웨어형 기기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면 이제는 하드웨어를 작동하는 SW 분야가 주도하도록 다각화해야 한다. u코리아도 궁극적 목적은 하드웨어적인 IT구축을 넘어 그것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있다. ‘IT강국에서 SW강국으로’ 정책 전환이 기대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윤원창 수석논설위원 wcy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