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평평하다= 콜럼버스가 세계가 둥글다는 것을 입증한 지 500여년이 지났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인도의 IT중심지 방갈로르를 방문한 뒤 노트에 이렇게 썼다. ‘세계는 평평하다.(The world is flat.)’
그동안 세차례의 퓰리처상을 수상한 뉴욕타임스의 컬럼니스트 프리드먼은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경도와 태도’에 이어 출간한 ‘세계는 평평하다’에서 세계화를 진행시키는 힘과 미래에 전개될 복잡한 세계 변화에 대해 명쾌하고 흥미로운 전망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세계화를 크게 세가지 단계로 나눈다. 첫번째는 콜럼부스가 대서양을 항해해 구세계와 신세계의 장벽을 허문 1492년에서 1800년 전후이며 ‘세계화 1.0 시대’라고 정의한다. 이 때는 국가가 세계화를 주도했으며 세상은 중간 크기로 작아졌다. 두번째는 1800년 무렵에서 대략 2000년까지로 ‘세계화 2.0 시대’라고 부른다. 변화의 주체는 국가에서 기업으로 바뀌었고 세상은 더욱 작게 줄어들었다. 2000년 이후는 ‘세계화 3.0 시대’로 세상은 한없이 줄어든 나머지 게임의 무대는 평평하게 바뀌었다.
지금 세계화 3.0시대를 이끄는 역동적인 힘은 국가나 대기업이 아닌 개인과 소규모 기업에서 나온다고 저자는 역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화 1.0과 2.0시대에서 뒤로 밀려났던 중국, 인도 등 비서구인들이 세계화를 주도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평평한 세계’에서는 디지털 혁명을 통해 국가간 무역 및 정치적 장벽들이 낮아지고, 전 세계 사람들의 동시적 비즈니스 수행이 가능하다. 수평적 세계에서는 세계적인 통신수단의 급격한 증가로 선진국과 후진국이 상호 경쟁할 수 있는 동일한 여건을 제공하고 있다. 거대한 기업조직이 아닌 최고의 기술과 연구능력으로 무장한 경쟁력과 창의력이 있는 개개인의 컴퓨터 프리랜서들이 주역으로 등장한다. `거리`라는 물리적 틀을 뛰어 넘어 지구상에 살고 있는 누구라도 시장경제의 중요한 참여자로서의 기회가 개방돼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수평적 세계를 만드는 10가지 힘으로 △베를린 장벽의 붕괴 △PC와 넷스케이프의 등장 △워크플로 소프트웨어 개발 △오픈소싱 △아웃소싱 △오프쇼어링 △공급사슬 △인소싱 △검색엔진, 그리고 근육강화제(스테로이드)에 비유되는 △무선통신기술을 꼽고 있다.
또 세계 정치·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이러한 힘들이 2000년을 전후해 한 점으로 집중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새롭게 창조된 평평한 세계에서는 기회와 도전이 동시에 발생하고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게 마련이다.
하지만 저자는 세계화가 이제 지구상의 어떤 국가, 개인도 피해가지 못하는 삶의 필수조건이며 스스로 평평한 세상에 걸맞은 지식과 아이디어를 갖춰 새로운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파이낸셜타임스가 이 책을 2005 올해의 비니지스 도서로 선정한데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울 정도로 세계화에 관한 프리드먼의 시각과 필력은 독보적이다.
토머스 L. 프리드먼 지음. 창해 펴냄, 2만6000원.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