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온라인롤플레잉게임(MMORPG)의 중국신화가 무너지고 있다. 국내에서 유료화 부진, 흥행작 부재 등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MMORPG업계가 거대시장 중국에서도 현지 업체들의 무료화 공세에 밀려 갈수록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12일 중국 현지 업계에 따르면 중국 내 최대 한국산 게임 서비스·유통업체인 샨다가 ‘미르의 전설’을 포함한 3종의 MMORPG들에 대해 최근 전격적으로 무료화를 단행해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또 현지 게임개발사인 훙언도 오랜 동안 공을 들여 만들어온 MMORPG ‘완메이스제’를 이르면 내주 초부터 영구 무료서비스로 제공하는 등 ‘MMORPG 무료화’가 도미노처럼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에 진출해 현지에서 직접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한국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이 같은 현상이 지난 2002∼2003년도 중국정부의 신문출판총서 판호 의무화 사태 이후 한국 게임업계에 가장 심각한 후폭풍을 몰고 올 사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중국시장에서 한국산 MMORPG의 쇠락은 콘텐츠 자체의 질 저하에도 원인이 있지만, 더 크게는 중국 게임이용자의 소비패턴 변화에 기인한다는 것이 현지 시장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용자 측면에서 굳이 정액제 MMORPG를 하지 않더라도, 공짜로 즐길 수 있는 무료 게임이 즐비한 데다, 무료로 시작해서 선택적으로 요금을 지급할 수 있는 캐주얼게임이 많다는 것이다.
최근 현지에서 조사된 결과에 따르면 중국 게임이용자들이 희망하는 월 게임이용료는 인터넷 이용료를 포함해 고작 1만2000원(88위안)에 불과하다. 그만큼 ‘무료 의식’이 강한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계 게임유통사 대표는 “한국시장과 연동돼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일 수도 있지만, 이런 상황이 고착될 경우 정액제 모델을 주 수익원으로 갖고 있는 한국 업체들에는 직접적 타격이 될 수 있다”며 “MMORPG와 캐주얼게임에 대한 중국 정부의 차별적 규제도 자국 게임산업 보호와 관련된 고도의 술수”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한발 더 나아가 최근 문화부의 ‘온라인게임 발전과 관리에 관한 규약’에 의거, 한국을 포함한 해외국가에서 들어오는 게임 제품의 안정성과 신용도를 높이기 위해 신규 업체에 대한 최소자격을 ‘등록자본금 1000만 위안(약 15억원)’으로 명문화하는 등 규제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최소 자본금을 확보하지 못한 한국 중소 개발사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중국 협력업체를 찾아 나설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러면 또 다시 중국 업체의 배만 불리거나, 시장논리에 따라 사업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무료화를 받아들여야 하는 악순환이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중국)=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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