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지음/ 삼성 KPMG 경제연구원 옮김/현암사 펴냄
‘미스터 엔’의 생각을 들어보자. 아니 반드시 그의 생각이 아니라도 좋다.
아시아 국가들은 세계 경제의 중심부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중국과 인도는 전 세계 65억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으며 아시아의 중산층 인구는 미국과 유럽연합의 중산층 인구를 뛰어 넘었다.
이들이 쏟아 내는 산업 생산성과 구매력은 구미 중심으로 그려 온 세계 경제의 밑그림을 아시아 중심으로 그리도록 하고 있다.
저자는 세계가 경제의 중심이 미국에서 아시아로 옮겨오는 전환기에 접어들고 있다며, 중국·인도·일본·미국·아시아 전역·개인의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 있다.
중국은 2018년에 국내총생산(GDP)이 일본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됐고, 인도는 향후 50년 동안 가장 가파르게 성장할 나라로 꼽혔다. 일본에 대해서는 유연한 이민정책을 펼쳐 감소하는 노동 인구를 확보하고 사회보장제도를 민영화해 국가 재정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이 자신들의 경제 위기를 다른 나라에 전가시킴으로써 경제적 위기 국면을 헤쳐왔다고 비판한다. 저자는 미국이 대외 채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변동환율제를 도입한 후 환율이 시시각각 변하면서 통화가 투기의 대상이 됐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이것이 경제 자립도가 낮은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의 경제를 파탄나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카키바라는 아시아 국가들이 이러한 미국의 패권주의적 횡포에서 벗어나려면 그에 대항할 힘을 갖춰야 한다고 역설한다.
특히 아시아 국가들이 세계 경제의 성장 엔진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경제 통합과 공동 통화 창설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내놓는다. 전체 아시아가 아닌 개별 국가가 미국에 대항하기는 힘들다는 인식에서다.
저자는 아시아에서 이미 5억명 이상의 중간층이 활발한 경제 교류를 하고 있으므로 머지 않아 공동 통화의 필요성이 절실해질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저자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게이오 대학 교수는 미국의 시사 주간지 ‘타임(Time)’으로부터 ‘미스터 엔(円)’이라 불린 인물이다. 그는 1990년대 후반 일본 대장성(현 재무성) 국제 금융담당 차관을 지내며 외환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한때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후보로 거명되기도 한 인물이다.
특히 그는 국제통화기금(IMF)의 불합리한 요구에 대항하기 위해 아시아통화기금(AMF) 창설을 적극 추진했다. 이 시도는 비록 미국의 강한 반대와 중국의 소극적 태도로 인해 실패로 끝났지만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
이 책은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한국어판 출간을 추천해 발간됐다. 박 명예회장은 책 앞 머리 추천의 말에서 97년 11월 외환위기가 터졌을 당시 대장성 관리인 저자를 만났던 인연을 간략히 밝히고 있다.
정소영기자@전자신문, sy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