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잃어버린 고리

한세희

 부품·소재의 국산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도 중핵기업 육성, 대중소기업 상생 정책, 각종 기술개발 지원사업 등을 통해 핵심 부품·소재의 국산화를 지원하고 있다. 실제로 많은 국산화 성과가 있었고 수입에 의존해오던 부품·소재들이 이제 국내 기업들에 의해 생산되고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부품·소재 국산화의 범위가 어디부터 어디까지인지는 모호한 경우가 많다. 반도체나 LCD 공정에 쓰이는 화학약품들, 이른바 웻 케미컬의 원액을 들여와 국내에서 희석하면 이 제품은 국산품이 된다. 물론 제품을 생산 공정에 최적화하는 것도 중요한 기술이다. 하지만 뭔가 아쉽다.

 생명의 진화를 연구할 때 ‘잃어버린 고리’라는 개념이 있다. 진화를 설명하는 데 꼭 필요하고 중간 과정에서 분명히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화석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에 쓰는 말이다. 생물 진화의 계통도가 이 잃어버린 고리에서 끊어지게 된다.

 부품·소재산업의 계통도에도 ‘잃어버린 고리’는 있다. 웻 케미컬은 공정에 적합한 특성을 가진 원액을 만드는 것이 ‘잃어버린 고리’인 셈이다. 최근 만난 전자소재업체 경영자는 “원천소재가 되는 석유화학산업이나 전자업체에 바로 납품 가능한 전자소재 시장엔 많은 업체가 뛰어들지만 원소재를 필요에 맞는 제품으로 만드는 유도체 등은 약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해외의 주요 소재업체가 이런 분야의 기술 우위로 국내 경쟁업체를 옥죌 수도 있다는 우려다.

 산업의 뿌리에 가까워질수록 잃어버린 부분이 많아지는 것도 문제다. LCD용 도광판이나 확산판 소재는 고순도 아크릴수지(PMMA)나 폴리카보네이트(PC) 등이다. 이들 소재는 국내에서도 생산되지만 광학용으로는 아직 부족하다는 평이다. 연성회로기판(FPCB)의 소재인 연성동박적층판(FCCL)과 폴리이미드 필름은 개발됐는데 이를 붙여주는 점착제는 없다. 물론 이는 개발이 어렵고 투자액이 커서 ‘잃어버린 고리’가 됐을 것이다. 그래서 대기업과 정부의 역할이 기대된다. 당장 눈에 보이는 사업만 사업인 것은 아니다.

  한세희기자@전자신문, h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