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 없는 국제 구리 가격 상승세 지속으로 부품·소재 업체에 비상이 걸렸다. 대부분의 부품·소재 업체는 경영상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한데다 뾰족한 대책마저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아예 조업 중단 등 극단적인 대책까지 세워놓는 업체들까지 나타나고 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되는 국제 전기동 가격은 올해 초 톤당 3000달러 수준에서 지난 10월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톤당 4000달러가 무너졌다. 12월 현재 4594달러에 이르고 있으며 조만간 5000달러대를 돌파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구리 가격 폭등에는 중국 정보가전산업 약진에 따른 수요 폭발과 공급 불안, 국제 자본의 입 등 다양한 원인이 얽혀 있다. 업계는 구리 가격의 전망에 대해 중국 가전산업 발전과 올림픽 건설 붐에 따른 공급 부족 사태 등으로 인해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구리 값 인상이 목줄 조여=현재 구리를 주원료로 사용하는 전해동박·인쇄회로기판(PCB)·전선 등 각종 전자 부품·소재 업체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경영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이들 부품 업체는 대규모 자본을 갖고 있는 원자재 업체와 완제품 업체에 비해 소규모여서 구리 확보에 더 큰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PCB의 핵심 소재인 전해동박 업체들은 올해 적자를 면치 못할 전망이다. 생산 원가에서 구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이미 50% 이상으로 올라간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진소재산업 관계자는 “구리값 인상과 환율 영향으로 매출은 정체되고 적자 폭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뾰족한 대책 없어=전해동박으로 동박적층판(CCL)을 만드는 두산전자BG는 사업 환경 악화로 오는 31일을 기해 경북 구미 CCL 라인 조업을 아예 중단키로 했다. 전해동박 업계는 일본 등 해외 업계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새해 초 15% 정도의 추가 공급가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또 2차전지용 제품이나 로 프로파일 제품 등 특수동박 비중을 높일 계획이다.
전선 업계도 인상된 원자재가를 공급가에 반영시키지 못하고 있다. 일부에선 “동 스크랩 자체도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전선 업체들은 물량 확보에 나서고 있으나 별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 리드프레임 업체들은 연성 제품 개발과 해외 생산 확대로 대응하고 있다.
◇중국이 블랙홀=구리 가격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중국의 구리 수요 폭증과 이에 따른 공급 부족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건설 및 전기 특수가 일고 있는 중국이 세계의 구리 자원을 빨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올 상반기에 발생한 구리 생산 현장의 파업 여파 등의 악재가 이어지면서 수급이 불안해졌고 이를 이용한 대형 투기 자본의 사재기가 계속되는 것도 한 원인으로 풀이된다. 공급 부족 상황에서 수급 개선에 대한 기대가 낮아지면서 투기 자본이 확보한 물량을 풀지 않고 추가 가격 인상을 기다리고 있다.
구리 시장은 철강 시장에 비해 수요와 공급이 한정돼 투기 자본이 개입하기 쉬운 구조인 것도 문제다. 대한광업진흥공사 측은 “신규 광산 개발 등 공급 증가로 올해를 정점으로 가격이 안정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과 투기 자본의 보유 물량 확대로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대립하는 등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LME도 ‘2006년 전망’에서 주요 애널리스트들을 인용, 공급의 소폭 증가에도 불구하고 수급 불균형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세희기자@전자신문, h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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