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는 이제 단순히 대역폭 등과 같은 인프라에 국한되는 것이 아닙니다. 기업 생산성을 향상시키거나 혹은 일반 소비자에게 개별화된 실시간 엔터테인먼트 및 서비스를 제공하듯이 네트워크도 21세기의 고객들이 얻고자 하는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한 플랫폼 전반을 의미합니다.”
존 체임버스 시스코시스템스 회장(55)은 본지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오는 2010년까지 140억개 이상의 기기가 인터넷으로 연결돼 인터넷상에서 전화를 거는 것은 물론이고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다운로드하고 개별화된 검색 작업을 수행하는 등 수많은 작업이 온라인 컴퓨팅을 통해 이루어지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네트워크야말로 각각의 사용자에게 더욱 차별화된 서비스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주는 핵심 원동력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또 네트워크가 그 복잡성을 해결하기 위해 더 지능화되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라는 예측도 가능케 해주고 있다. 체임버스 회장에게 미래 네트워크 시장에 대한 전망과 함께 국내외 동향에 대해 들어봤다.
-정보통신 업계의 올해 트렌드는.
▲데이터와 음성, 비디오 그리고 모빌리티가 통합 IP 네트워크상에서 융합되면서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나, 어느 기기를 통해서도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런 유비쿼터스 세상에서 사람들은 휴대전화를 통해 전화를 거는 것은 물론이고, 인터넷을 통해 홈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감상하고 e메일을 확인하는 등 다양한 네트워크 활동을 하게 될 것이다. 동시에 텔레비전으로 인터넷 게임을 하고 어느 곳에서나 안전하게 무선기기들을 통해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할 수 있게 된다.
-세계 IT시장에서 핵심 국가로 성공하기 위한 키워드는.
▲교육, 네트워킹 인프라 그리고 혁신. 이 세 가지 키워드에 주력하는 나라가 미래를 이끌어가는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교육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기술에 정통한 인력을 개발하는 데 있어 정부가 매우 협력적인 나라가 글로벌 IT산업의 핵심 리더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그런 곳이야말로 세계 최고의 기업과 인재들이 매력을 느끼며 머물게 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기업이 향후 2∼3년 사이에 성공하거나 혹은 실패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원인은.
▲오늘날 국제시장에서 가장 성공적이箚?말할 수 있는 기업들은 시장 변화를 제대로 간파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한 기업들이다. 기업의 장기 전략을 수정하는 데 3∼5년이 소요될 수 있다. 하지만 시장 변화에 대처해야 한다는 사실이 분명해진 때는 이미 대응하기에 너무 늦어버린 경우가 많다. 변화에 대처하는 핵심은 변화가 시장 전반에 걸쳐 일어나기 이전에 그 핵심을 파악해서 유연하게 대처하는 데 있다. 그러기 위해 늘 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시장에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을 제대로 간파하며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기업 문화를 다져야 한다
-올해 시스코 경영의 초점은.
▲시스코가 주력하는 핵심은 해가 바뀐다고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시스코는 고객의 성공에 기여하는 진정한 파트너가 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시스코는 고객뿐만 아니라 공급자, 파트너, 주주 그리고 시스코의 직원들과 긴밀히 협력함으로써 고객의 요구를 더 잘 이해하고, 그들이 원하는 바를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시스코의 혁신 전략은 △시스코 내부적으로 핵심 기술을 개발할 것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거나 보유한 기업을 인수할 것 △시스코와 상호 보완 역할을 할 수 있는 기술과 서비스를 보유한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구축할 것 등 세 가지 주요 전략으로 구성된다.
-기술적으로 미래 네트워크 환경은 지금과는 많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급변하는 네트워크 기술 환경 속에서 시스코는 어떤 사업 비전과 기술 전략을 세우고 있나.
▲시스코의 ‘지능형 정보 네트워크(IIN:Intelligent Information Network)’ 비전이 이러한 네트워크의 진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시스코의 향후 3∼5년에 대한 기술 비전은 모두 통합 네트워크 시스템 전반에 걸쳐 데이터 및 음성, 비디오 등이 더 지능적으로 진화할 수 있게끔 하는 기저가 될 지능형 정보 네트워크에 연계되어 있다. 시스코의 기술 비전은 바로 더욱 빠르고 지능적이며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솔루션을 공급하는 것이다.
-지난해 11월에 이뤄진 미국 2위의 케이블TV용 셋톱박스와 비디오 전송기술 전문업체 사이언티픽-애틀랜타(Scientific-Atlanta)의 인수는 시스코 사상 두 번째 규모의 M&A라는 점도 있지만, 삼성전자와 같은 국내 업체와도 경쟁 관계에 있는 분야라 한국에서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인수 이유와 이 분야에 대한 향후 사업 계획은.
▲오늘날 비디오는 통신사업자들의 수익 창출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전략적 애플리케이션으로 자리잡았다. 비디오 서비스 공급 시장은 현재 주요 케이블 서비스 공급업체를 주축으로 한 단계 진화하고 있으며, 통신사업자들은 이제 막 시장에 진입하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시스코는 사이언티픽 애틀랜타 인수를 통해 통신사업자 시장에서의 리더십을 더욱 공고히 하고 동시에 네트워크 업계 및 일반 가정에 이르기까지 시스코의 엔드 투 엔드(end-to-end) 비디오 솔루션을 공급하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또 이번 인수를 통해 서비스 공급업체들이 세계적 수준의 쿼드러플 플레이(데이터, 음성, 비디오 그리고 모빌리티) 솔루션을 공급하는 데 일조할 수 있게 됐다.
-시스코의 지난해 사업 성과와 올해 사업 전략 및 목표는.
▲네트워크 시장은 더욱 역동적인 미래를 향해 진화하고 있다. 시스코는 지속적 성장을 위한 보다 장기적인 기회 창출에 주력할 것이다. 2005년 회계연도에 시스코는 전년 대비 12.5%의 성장을 기록했다. 이 같은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세일즈 범위를 확대하고 시스코의 진보된 기술 자원을 증가시키는 등 비즈니스 전반에 걸쳐 공격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한국 IT산업의 성장과 미래 전략에 대한 조언은.
▲한국이 가지고 있는 교육 및 광대역 통신망 보급, 인터넷 기술 개발 등에 대한 열정과 노력은 한국이 앞으로 직면할지도 모르는 어떠한 어려움도 극복해 낼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며, 한국은 21세기에도 역시 IT시장에서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한국 정부는 교육과 인터넷의 중요성을 동등하게 인지하고 있으며 한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이 두 가지 주요 요인을 국민에게 폭넓게 보급함으로써 지금까지 매우 공격적이면서도 성공적으로 국제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키워왔다고 생각한다. 한국이 지속적으로 세계 IT시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 한국 정부의 협력과 광범위한 광대역 통신망의 보급 그리고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의 구축 이 세 요소를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보다 힘있는 경제를 구축, 세계와 경쟁하기 위해 한국은 교육 및 네트워크 기술 개발에 대한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한국이 지금까지 지속해오고 있는 성장 프로그램들을 멈추지 않고 꾸준히 실행하면 앞으로도 계속 세계 IT업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홍기범기자@전자신문, kbhong@etnews.co.kr
◇존 체임버스는 누구인가.
존 체임버스 시스코시스템스 회장 겸 CEO는 IBM 등을 거쳐 지난 91년 세일즈 및 오퍼레이션 수석부사장으로 시스코에 합류했다. 지난 95년 1월에 회장으로 취임, 연간 매출 120억달러였던 시스코를 2004년 말 약 220억달러 규모의 회사로 성장시켰다.
체임버스 회장은 그의 미래를 내다보는 전략, 기업문화를 이끌어 가는 능력, 따뜻한 마음과 직접 대화를 추구하는 접근방식 등으로 인해 전세계의 수많은 언론과 정부로부터 격찬을 받고 있으며 스미소니언 재단의 ‘평생 업적상’과 미국의 대통령상을 비롯한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
최근 요르단의 압둘라2세 국왕, 세계경제포럼 등과 협력해 요르단의 교육 프로그램을 후원하는 등 세계 공동 프로그램에도 앞장서고 있다. 체임버스 회장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을 위한 ‘국가 인프라스트럭처 고문단’의 부의장을 지냈으며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무역정책위원회’에서도 일했다.
◆존 체임버스의 기업의 3가지 핵심 원칙
‘무엇이 위대한 기업을 만드는가.’
만약 여기에 쉬운 해답이 있다면 모든 기업은 위대한 기업이 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 질문에 대한 정확한 해답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스코는 ‘위대한 기업’으로 가기 위한 해답을 찾았다고 생각한다. 시스코의 혁신, 직원 권한 강화, 지역사회 공헌이라는 세 가지 주요 가치가 그것이다. 시스코는 앞으로 많은 변화와 도전에 직면하겠지만 시스코를 이끌어 준 이 세 가지 핵심 원칙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혁신
위대한 기업은 그들의 고객과 파트너에 귀를 기울인다.
시스코에 있어 ‘혁신’은 기업의 이익을 위해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고객들이 보다 생산적이고 민첩하게 반응하며 비즈니스를 성공으로 이끌 수 있도록 관련된 문제들을 어떻게 혁신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고민하고 풀어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 상황에서 고객의 문제를 앞서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을 개발하는 능력은 좋은 기업으로부터 위대한 기업을 구분해 내는 중요한 요소다.
◇직원의 권한 강화
위대한 기업은 직원들에게 충분한 권한을 부여한다. 직원들의 장기적인 성공과 경력 쌓기에 투자한다. 직원들의 권한 강화의 결과는 운용 효율성 개선과 팀워크 강화 그리고 개방적이고 일관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기업문화 창출 등이다. 시스코는 지난 21년간 지식을 기반으로 한 일꾼들에 의해 움직여왔고 직원의 경쟁력과 만족도가 곧 기업의 경쟁력이라 굳게 믿고 있다.
시스코는 스톡옵션의 44%를 매니저급이 아닌 일반 직원들이 보유하도록 해 직원들이 회사 소유주로서의 권한과 의식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역사회 공헌
위대한 기업은 성공을 이웃과 함께 나누고자 노력한다. 시스코는 기업의 활발한 지역사회 활동은 더욱 원활한 비즈니스 환경을 창출하고 궁극적으로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이끈다고 믿고 있다. 이에 따라 믿음을 기반으로 한 여러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통해서 시스코는 조직과 정부, 국가가 보다 높은 생산성을 꾀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에 대한 접근을 쉽게 하고 글로벌 지역사회 삶의 수준을 향상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