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조사참여 CEO
로이 지사펠 <라드웨어 CEO>, 패트 루소 <루슨트테크놀로지스 회장 겸 CEO>, 에두아르도 로시니 <마이크로소프트 아태지역 총괄 부사장>,에드워드 잰더 <모토로라 CEO>, 토드 닐슨 <볼랜드 CEO>, 진 왕 <비트폰 회장 겸 CEO>, 존 톰슨 <시만텍 CEO>, 존 체임버스 <시스코시스템스 CEO>,빌 스타이스링어 <시체인지 CEO>,존 데이너 <알테라 사장 겸 CEO>, 폴 제이콥스 <퀄컴 CEO>, 앤서니 세트힐 <프런티어실리콘 CEO>, 안드레아스 벤테 <필립스 아태담당 사장>,이와타 신지로 <히타치데이터시스템스 CEO>, 앨프리드 추앙
2006년 새해 한국 IT경기는 속도를 더한다. 시장성장률은 5∼10%대. 반도체와 정보통신, 가전분야의 지속적 성장이 전체 IT경기를 견인하며 ‘IT코리아’ 위상을 높일 것으로 관측됐다. 본지가 글로벌 IT기업의 CEO를 대상으로 ‘세계 IT업계의 흐름과 한국 IT시장 전망’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지속적인 소폭 성장’이 가장 많았다. 조사 방식은 지난해 12월 초 각 기업의 본사 CEO 및 주요 경영진에게 e메일을 보내 객관식 및 주관식 문항에 대해 답을 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를 취합·분석한 결과를 게재한다.
이번 설문조사에 참여한 해외 IT기업의 주요 경영진은 대체로 2005년을 이끌었던 화두가 새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 흐름이나 유가 급등에 대한 위협, 제2의 닷컴 붐이 도래할 것이라는 데 많은 해외기업 경영진이 동의했다. 한국 시장에 대해서도 대체로 IT산업의 발전상을 인정하는 한편 이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글로벌 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
◇방송·통신 융합이 주요 트렌드=주요 글로벌 IT기업 경영진은 방송과 통신의 융합, 즉 미디어 컨버전스를 새해 IT산업의 축으로 꼽았다. 전체 응답자의 50%가 올해 IT트렌드로 통·방 융합을 들었다. <그래프 1>
실제로 초고속 인터넷과 TV가 결합된 IPTV 서비스의 사례처럼 방송과 통신 업계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경향은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세계 기업 간 M&A(15%)와 중국과 인도경제의 활황(15%)이라는 응답이 뒤를 이었으며, ‘기타’라고 답한 사람도 20%에 달했다. IT산업이 거대 기업 위주의 M&A로 재편되는 트렌드는 지난해 주요 이슈였고 새해에도 뚜렷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인도 경제의 활황에 대한 관심은 이른바 ‘친디아’의 20억 인구가 거대한 IT시장이자 생산기지가 될 것이란 희망을 반영하고 있다. 특히 인도에 대한 해외 IT기업의 투자러시를 감안하면 올해는 ‘인도의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인터넷 다음은 바이오=변혁을 대표했던 인터넷의 뒤를 이을 혁신 분야로 응답자의 35%가 ‘생명과학(바이오)’이라고 답했다.
헬스케어를 꼽은 경영자는 30%에 이르렀다. 생명과학과 헬스케어에 대한 관심은 웰빙 열풍 등 생활의 질을 중시하는 세계적 흐름과도 관련성이 높은 것으로 해석된다. 경제발전에 따라 사회적 관심사가 개인의 행복으로 몰리는 현상은 새해 IT시장에도 큰 영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 밖에 나노기술이라고 답한 경영자는 15%에 달했다. 나노기술은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분야를 중심으로 IT기술의 발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기타 분야를 꼽은 경영자도 15%로 조사됐다.
◇새해 기업 운영 중점은 외형성장과 순익증대=새해 외국 IT기업들이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으로는 외형성장(30%)과 순익증대(30%)가 각각 가장 높게 나타났고, 신기술개발(25%)과 기타(15%)가 뒤를 이었다. <그래프 2>
가장 많은 경영진이 꼽은 외형성장과 순익증대는 모든 기업의 수장이 꿈꾸는 공통된 목표로 기업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를 수행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IT시장의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대부분 외국기업은 매출과 이익 중에 한쪽을 선택하고 다른 한쪽을 포기해야 하는 실정이다. 매출을 키워 점유율 향상을 노리는 기업과 순익을 추구하며 내실을 키우는 기업이 비교적 고르게 나온 것은 새해 IT시장 전망이 양호하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고부가 기술력이 기업 성패 좌우=외국 IT기업 경영진들은 향후 2∼3년 내 기업성패를 가름할 요소로 60%가 고부가 기술력을 꼽았다. <그래프 3>
뒤를 이어 인재 확보(25%), 기업 및 국가 간 협력(15%)으로 조사됐다. 고부가 기술력에 대한 경영진들의 집착은 여타 산업분야와 달리 기술력에 대한 경영의존도가 높은 IT분야의 특성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시장을 주도할 독자적 기술력이 없이는 불과 2∼3년간 지속적인 매출 창출도 불가능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인재확보(25%)와 기업 및 국가 간 협력(15%) 등은 사실상 기술경쟁력 이외에 부가적인 변수로서 의미를 갖는 것으로 파악된다.
◇유가 급등이 최대 변수=새해 기업성장을 위협하는 변수에 대해서는 유가급등(35%)이라고 답한 경영자가 가장 많았다. 이는 지난해 30달러대 중반으로 예측했던 유가가 50달러대 중반을 넘어선 데 대한 충격 여파로 해석된다. 또 새해에도 원유수급 구조가 원활하지 않는데다 정제시설 부족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크게 변하지 않아 고유가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2001년 9·11 테러 이후 전 세계에 고조된 테러 위협이 기업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고 답한 경영자도 15%였다. 기타 및 무응답을 선택한 경영진도 50%나 됐다.
◇2세대 닷컴시대 온다=많은 경영진이 제2의 닷컴 시대가 다시 오리라는 것을 믿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가운데 55%가 이미 왔거나(25%), 조만간 올 것(30%)이라고 답했다. <그래프 4>
지난해 돌풍을 일으킨 인터넷 검색엔진업체 구글 등의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통·방 융합과 무선 인터넷 확산에 따라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이 더욱 폭발적으로 진화, 발전하리라는 시각이 경영진 사이에 팽배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제2의 닷컴시대 낙관론은 IT분야에서 지난해 세계적인 주가상승과 벤처투자붐으로 나타났고 새해에도 더욱 뚜렷한 트렌드로 나타날 전망이다.
반면 제2의 닷컴시대가 다시 오기 어렵다는 경영진은 10%에 불과해 상대적으로 미미했다.
◇한국 IT산업 성적표는 ‘성공적’=설문에 응한 외국 IT기업 경영자들은 대부분 한국 IT산업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렸다.
50%의 응답자가 이제까지 한국의 IT업계의 행보에 대해 ‘성공적’이라고 답했으며 ‘매우 성공적’이라고 응답한 경영자도 30%에 달했다.
성공 요인으로는 40%가 ‘최첨단의 IT 인프라’를 꼽았다. <그래프 5>
전국에 걸친 초고속인터넷망과 3000만명을 넘는 인터넷 이용자 그리고 와이브로·DMB 등 최첨단 IT산업에 대한 준비상황들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 다음으로는 30%의 경영진이 ‘우수한 기술력’을 꼽았고, 정부 차원의 ‘정책적 지원’이라고 답한 응답자도 15%에 달했다.
존 톰슨 시만텍 CEO는 “한국은 무엇이든 받아들이는 속도가 매우 빠른 시장”이라며 “선구적인 신기술을 통해 전세계 IT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 여럿 있고, 세계의 대형 IT업체들이 한국에 터를 잡고 있다는 사실이 이러한 저력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올 한국 IT시장 소폭 성장=새해 한국 IT시장 성장을 어느 정도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5∼10%’를 선택한 경영진이 40%로 가장 많았다. 10∼20%와 5% 이하라는 답이 각각 25%, 20%로 그 뒤를 이었다. 무응답한 경영자는 15%였다.
두 자릿수 성장을 전망한 해외 경영진들은 한국의 네트워크가 갈수록 고도화함에 따라 내년에는 초고속 대용량을 지원하는 테라비트급 시대가 열리는 원년이라는 점에서 IT시장 각 분야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근거를 제시하기도 했다.
새해 해외기업 한국 지사의 매출 성장폭에 대해서는 30%의 경영진이 ‘5∼10%’ 성장을 예상했다. 그러나 45%의 경영자가 ‘무응답’을 택해 한국 지사의 예상 매출 수치를 쉽게 밝히지 않았다.
이처럼 한국시장에서의 신중한 반응은 인터넷·통신·디지털 가전 등의 분야에서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기술국인만큼 일부 기업의 독주보다는 치열한 경쟁에 따라 실적 예상이 힘들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지사, ‘신시장 개척’ 중요=한국 지사의 성장을 위해서는 35%의 경영진이 ‘신시장 개척’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래프 6>
한국시장이 잘 갖추어진 IT 인프라를 기반으로 무궁무진한 잠재력를 지닌 곳인만큼 적극적인 시장 개척을 통해 내외적인 기업 성장을 이룩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마케팅 강화’가 중요하다는 경영진도 30%로 나타났다.
이 밖에 ‘투자 확대’와 ‘전략적 신제품 발표’ 등을 각각 10%의 경영진이 성장요소로 거론했다. 비록 시장규모는 작지만 한국시장을 전략적 요충지로 삼으려면 반드시 투자가 선행돼야 하며 국내 기업들과의 제휴를 통해 전략적 신제품도 개발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또 외국 IT기업 경영진들은 한국 IT산업 발전의 걸림돌로 ‘지나친 경쟁(40%)’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작은 내수 시장에 많은 기업이 뛰어들어 치열한 경쟁으로 ‘제살 깎아먹기’식 행태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지나친 ‘정부의 규제’를 지적하는 경영진이 2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개인 IT 이용률은 세계 최고 수준인 반면 시장 정책 등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지나쳐 자유 경쟁이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불투명한 기업 환경(15%)도 원인으로 지적됐다. 회계 투명성이 선진기업들에 비해 뒤떨어진다는 점을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한국 IT산업에 대한 조언으로 존 스웬슨 CA 사장 겸 CEO는 “한국이 IT 시장에서 현재의 최고 위치를 계속 유지하려면 강력한 글로벌 파트너십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기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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