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아주 오랫동안 인간과 함께 살아왔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에게 헌신해 온 동물이다.
그런 개에 대해서 우리 민족은 제대로 대접을 하지 않은 듯하다. 개에 대한 속담을 살펴보면 우리 민족이 개를 구박하고 비하해온 것이 여실히 드러난다. ‘개 눈에는 똥만 보인다’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쓴다’ 등이 대표적이다. 또 우리 말에서 ‘개’를 빼놓으면 ‘욕’을 할 수 없다. 개살구·개맨드라미 등에서 볼 수 있듯이 많이 쓰는 단어 앞에 개가 붙으면 한결같이 격이 낮아진다. 고작해야 ‘개팔자가 상팔자’ 정도가 그나마 개가 대접받는 속담이다.
개에 대한 속담과 달리 실제로 개는 뛰어난 장점이 많다. 무엇보다도 인간에게 충직하고 헌신적이다. 문헌·고분벽화·설화 등에서 개의 모습은 대부분 충성과 의리의 충복, 심부름꾼, 안내자, 지킴이, 조상의 환생, 인간의 동반자 등으로 그려진다. 전래 설화나 민화 등에서 개는 잡귀와 병도깨비·요귀·재앙을 물리치는 능력을 갖고 있는 영특한 동물로 그려진다. 특히 흰개는 전염병·병도깨비·잡귀를 물리치고 재난을 경고하고 예방해 준다고 믿어왔다.
그래서 그런지 역술가들은 개띠로 태어난 사람들은 내성적인 성격에 품위 있고 성실하며 정직한 품성을 갖고 있다고 한다. 헌신적이고 강인하고 신뢰할 수 있기 때문에 비평가·성직자·판사·탐정·정치가·경영자·학자 등이 제격으로 꼽힌다.
그런 견공(犬公)이 올해의 주인공인만큼 2006년은 그 어느 때보다 좋은 한 해가 될 것이다. 역술가들도 올해의 운세를 좋게 점친다. 올해 병술(丙戌)년은 하늘의 뜻이 땅에 전달되는 ‘천지상합’의 해로 풀이한다. 서로 이해하는 마음이 생기고 남을 위할 줄 알게 되며 우리의 시야가 넓어지는 해라는 것. 금전과 경제가 지난 시절보다는 상승하는 분위가 될 것이고 먹고 뜻 품은 일들이 작은 노력에도 큰 효과를 보게 될 것이라고 한다.
2006년 병술년은 개가 견공 대접을 받는 해였으면 좋겠다. 견공의 헌신과 충직함이 통하고 믿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범도 무서운 줄 모르는 하룻강아지의 용맹성, 3년 만에 풍월을 읊는 서당개의 뛰어난 지능이 발휘돼 개 꼬리가 1년 만에 황모(黃毛)가 됐으면 좋겠다. 백번양보해서 최소한 ‘개판 치는 한 해’가 되지 않도록 견공이 인간을 향해 끊임없이 짖어 줄 것을 믿는다.
디지털문화부·이창희부장@전자신문, changh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