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대한민국 대표 얼굴(?)

이은용

 미국에서 머리를 주문 제작한 휴머노이드(Humanoid·형태나 행동이 인간에 가까운)인 ‘앨버트 휴보’가 새해 벽두부터 대한민국 알리기에 나선다.

 국정홍보처 해외홍보원은 최근 한국과학기술원 오준호 교수팀이 만든 앨버트 휴보를 모델로 한 다이내믹 코리아(Dynamic Korea) 광고인쇄물을 확정, 인천국제공항 3층 출국장 천장에 3.1×7m짜리 걸개그림을, 1층 입국장 환영객 홀 광고판(light box)에 5.5×1.5m짜리 사진을 내걸기로 했다. 국가대표 축구선수 박주영의 얼굴이 있던 자리다.

 이 광고인쇄물은 해외홍보원 발간 영문정책 월간지인 ‘코리아 폴리시 리뷰(KPR:Korea Policy Review)’ 1월호 뒷면에도 자리잡는다. KPR 1월호는 세계 6000여 여론주도층에 뿌려질 예정이다.

 해외홍보원은 또 앨버트 휴보 광고인쇄물을 포스터로 제작해 국내외 언론·문화·산업계에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앨버트 휴보는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세계 누구에게나 친숙한 얼굴(앨버트 아인슈타인)을 가진데다, 말하고 얼굴을 찡그리기도 하는 등 그야말로 인기를 독차지했다. 특히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앨버트 휴보가 만나는 장면이 해외 언론을 통해 세계로 보내졌다.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기에 시각도 다르기 마련이지만, 기자는 앨버트 휴보와 부시 미 대통령이 만나는 사진을 다시 꺼내볼 때마다 이맛살을 찌푸린다. 머리가 미국산이어서다. APEC 일정에 맞추느라 미국 할리우드의 특수효과 전문 개인벤처기업(데이비드헨슨)에서 제작할 수밖에 없었다.

 정부 관계자와 일부 누리꾼은 “아이디어가 좋은데, 그게 뭐 그리 대수냐”는 식이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굳이 앨버트 아인슈타인 머리를 붙이지 않더라도, 휴보는 세계 최다인 66개 관절을 가지고 시속 1.25㎞로 이동하는 등 선진 로봇공학기술을 뽐내기에 충분하다. 아무리 아이디어가 좋다손 치더라도 앨버트 아인슈타인을, 그것도 미국산(머리)을 대한민국 대표 얼굴로 삼는 것에 대해 그냥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일 수 없다.

경제과학부·이은용기자@전자신문, ey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