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병술년 신년사에서 “우리 국민은 마음먹은 일은 무슨 일이든 다 해냈다”며, “희망과 자신감을 가지고 미래를 설계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지난날과 같은 방식으로는 20년, 30년 후의 미래를 낙관하기가 어렵다”며 “창의적이고 개방적인 사고를 가지고 미래를 위한 전략을 준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새해 경제에 대해 “많이 좋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민생경제와 관련해서 “IMF 위기는 이제 완전히 넘어갔으며 후유증도 거의 극복되고 있다”며 “새해에는 서민 여러분의 형편이 한결 나아질 수 있도록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역설했다.
우리는 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밝힌 것처럼 우리 경제가 많이 좋아지는 한 해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경제 회생에 대한 노 대통령의 의지 표현이지만 우리 국민 모두의 희망이기도 하다. 실물경제 지표에서 여러 긍정적 신호가 나타나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 경제가 지난 몇 년간의 저성장 늪에서 탈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유가와 환율 등 불안한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독일 월드컵 등으로 대체로 올해 수출 호조가 지속되고 민간소비가 완만한 증가세를 나타낼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새해를 맞아 IT업계를 비롯한 산업계 모두가 새로운 희망에 부풀어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희망을 얘기하기에는 걸림돌이 많다. 오는 5월 지방선거가 치러질 예정이고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다. 선거가 다가오면 정치 논리에 밀려 경제회생의 의지가 퇴색할 우려가 크다. 그렇다고 해서 기업들의 설비투자도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산업은행이 83개 업종 3600여 기업의 계획을 조사한 결과 내년 제조업 설비투자는 올해보다 0.1%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부진은 일자리 문제의 해결을 어렵게 할 뿐 아니라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우리와는 달리 중국과 일본은 두 자릿수의 설비투자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노 대통령의 말대로 우리나라는 산업이나 경제·사회 어느 측면으로 보더라도 지금은 30년 전에 비해 엄청나게 발전했을 정도로 역동적이다. 와이브로·DMB 등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상품을 내놓는 등 IT강국으로 위상도 확실히 굳혔다. 그러나 우리가 처한 대외환경은 그리 한가롭지 못하다. 미국·일본 등 선진국들은 재도약을 선언하면서 미래를 보고 저만치 앞서 내달리고 있다. 뒤로는 신흥경제대국으로 떠오르는 브릭스(BRICs)의 추격이 만만찮다. 세계 제조업의 블랙홀로 불리는 중국은 이제 우리와의 기술격차가 2∼3년밖에 안 된다. 그런 점에서 노 대통령이 미래를 위한 전략을 준비하자고 밝힌 것은 의미가 크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5% 달성과 일자리 35만∼40만개 창출로 경제운용 목표를 설정했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제활력을 찾아야 하고 이는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인 기업 투자가 활성화될 때 가능하다. 그만큼 시장 친화적 경영환경 조성이 시급함을 말해준다.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과 경제의 확대 재생산도 결국 기업 의욕을 고양함으로써 가능한 일이다. 하루 빨리 투자와 소비를 위축시키는 불안 요인과 불확실성을 줄여 주어야 한다. 기업활동의 발목을 잡는 규제 철폐, 반기업 정서 불식이 필요하다.
기업도 주변 여건만 탓할 게 아니라 스스로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 설비투자와 연구개발 투자 확대로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여야만 치열한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다. 무엇보다 기업투자가 왕성하게 살아나고 젊은이들이 새로운 일터에 나가 열심히 일할 때 비로소 노 대통령이 말한 대로 ‘대한민국은 역동적인 나라’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