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전화(VoIP)서비스에 대해 감청시스템을 구축하려는 미국정부의 조치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미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지난해 8월 국가기관의 감청권을 합법화한 ‘법집행을 위한 통신지원법’, 이른바 CALEA법(The Communications Assistance for Law Enforcement Act)을 발표했지만 프라이버시를 원하는시민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이 법의 적용범위에는 대부분의 VoIP서비스가 포함돼 있어 더욱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법에 따르면 미국의 인터넷 업체와 대학·도서관 등은 오는 2007년 봄까지 정부기관이 언제라도 감청할 수 있도록 표준화된 네트워크 시스템을 새로 구축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
미국정부는 범죄자나 테러리스트의 통화를 효율적으로 감청하려면 일반 전화처럼 표준화된 시스템이 VoIP에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은 VoIP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인터넷 서비스에 대해 성역없는 감청능력을 보유하길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가안보국(NSA)의 불법도청파문을 계기로 사생활 보호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가 높아지면서 미정부의 계획은 곳곳에서 충돌을 빚고 있다.
스리콤같은 회사는 “어떤 VoIP회사가 CALEA법에 영향을 받는지 FCC의 보다 명확한 정의가 필요하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학단체인 미 교육위원회(ACE)도 “학내 전산망에 CALEA법을 적용할 경우 멀쩡한 네트워크 시설을 교체하는 부담 때문에 학비를 인상해야 한다”며 비판성명을 발표했다.
시민들의 여론역시 사뭇 비판적이다.
지난주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8%가 도청을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단체인 민주주의와 기술센터의 한 관계자는 “국가안보를 위해서 정부기관이 VoIP서비스를 가끔 감청할 권리는 인정하지만 민간업체에 값비싼 시설교체까지 강요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사생활 침해 논란으로 연초부터 궁지에 몰리게 된 FCC가 법을 둘러싼 발등의 불을 어떻게 진화할지에 에 미국은 물론 전세계 IT산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