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창업보육이라는 제도가 공식화된 지 10여년이 되어 간다.
개인적으로는 창업보육 업무에 직접 종사해온 지 5년여가 됐지만 창업보육이 성공적이었나 하는 데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보육기관이나 입주기업으로서 당초 기대했던 만큼의 성과가 제대로 나오고 있는지를 항상 고민하게 된다.
이러한 고민의 밑바닥에는 당초 계획했던 대로 입주기업들이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고 따라서 창업보육센터의 운영방식에 대한 비판의 소리가 창업보육센터의 내부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 창업보육센터를 운영하는 대부분의 대학·연구소 창업보육 담당자들이 듣는 비판일 것으로 여겨진다. 물론 이러한 비난의 소리는 창업과 벤처기업이라는 속성을 잘 모르고 무작정 창업보육을 시작한 우리 무지의 소치일 수 있다.
기업, 특히 벤처기업은 그 자체가 미지에 대한 도전이자 불확실이고 무에서 유를 만들어가는 창조의 메커니즘이다. 또 새로움과 기발함, 틈새를 보편화하고 황당함을 상식으로 바꾸어 가는 개척자들이기도 하다. 100만개가 창업하면 그중 겨우 6개 정도가 공개시장까지 가는 확률이라니 복권 당첨확률만큼이나 벤처기업의 성공확률은 매우 낮다고 볼 수 있다.
창업보육이 이러한 확률게임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감히 짐작이나 했을까. 정부에서 지원하니까 너도나도 지원받는다는 생각으로 경쟁적으로 나서지는 않았는지 나 자신부터 되돌아 본다. 오늘날 창업보육센터의 성과에 대해서는 냉철해질 필요가 있다. 창업보육사업은 시의적절하게 잘 시작됐으며 우리나라 사람들의 기질을 발산할 적절한 기제이자 젊은이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틀림없는 사업이라 생각한다. 다만 너무 성급하게 결과를 기대하고 창업만 하면 소위 대박이 된다고 여겼던, 벤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의 무지가 문제였다고 본다. 벤처기업은 절대 그렇게 성장하는 것이 아닌 것을….
지난 5년 동안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한 20여개 기업과 생활해 오면서 얻은 첫째 교훈은 창업보육센터의 주인은 기업이라는 것이다. 창업보육센터는 기업을 보육하기 위해 존재하는 종(從)의 개념이고 기업이 주체라는 것이다.
기업은 누구의 도움을 받아서가 아니라 스스로 승부수를 던지고 리스크를 감수하며 불확실의 정글을 헤쳐 나아가면서 그 결과에 대해서는 냉철하게 승복할 줄 아는 존재이지, 누구를 탓할 존재는 아니다. 스스로 만들어 나가고 아니면 말아야 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기업이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해 보통 2∼3년을 지내며 입주기간 자신이 구상한 비즈니스를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면 즉시 근본적인 재검토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창업보육센터는 그야말로 창업 초기에 잠시 머무르는 곳이지 장기간 머물러서는 안 되는 곳이다. 흔히 기업은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하게 되면 살벌한 시장의 생존보다는 안이함이 먼저 찾아 들기 때문에, 촌각을 다투는 경쟁과 생존의식이 잠시 사라지면서 기업으로서의 절박성과 긴박감이 무디어지기 시작한다고 한다. 스스로를 밖으로 내몰아서 시장의 엄동설한 속에 승부를 걸어야 할 벤처기업들이 일시적으로 따뜻한 창업보육센터에서 겨울나기를 하고 있다면 새봄에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미국에서는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한 기업에는 투자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라고 한다. 그만큼 창업보육센터 입주기업을 정상의 벤처기업으로 봐주지 않는다는 얘기며, 한마디로 절박함을 모른다고 보는 것이다. 여느 겨울과 달리 엄동설한이 지속되는 요즘, 창업보육센터에서 새해를 맞은 우리 기업, 우리 식구들을 떠올리게 된다. 새해에는 우리 입주기업들이 얼마나 성공할 수 있을까.
새해에는 창업보육센터가 더는 주저하는 기업들의 미룸 공간이 아닌, 실제 시장으로 나아가 세계를 향해 승부수를 던지는 도약의 발판이 되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
◆김경자 요업기술원 세라믹스 창업보육센터장 kjkim@kicet.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