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남북간 인터넷개통을 기대한다

[통일칼럼]남북간 인터넷개통을 기대한다

희망찬 병술년 새해가 밝았다. 올 한 해 동안에는 통일을 염원하는 7000만 우리 민족에게 벅찬 감격을 주는 좋은 일들이 일어나기를 기원한다.

 이미 예고편은 지난달 28일에 발생했다. 남북 교류·협력에 커다란 이정표가 될 만한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다름 아닌 ‘개성공업지구 KT 남북통신 개통행사’다. 1945년 8월 옛 소련에 의해 서울과 해주 간 통신망이 단절되면서 남북 전화가 불통된 지 60년 만에 개성과 남한을 잇는 민간 직통전화가 다시 열리게 됐다. 남측 참가자 360여명을 포함해 총 4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시종일관 흥분과 감격으로 가득 찬 분위기에서 행사가 진행됐으며, 참석자들의 마음은 개성의 맑은 겨울 하늘과 같이 신선하고 밝았다.

 특히 개통행사 마지막에 있었던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을 비롯한 남북 대표 네 사람의 통화 시연은 행사의 클라이맥스를 이뤘다. 우리나라의 동쪽·남쪽·서쪽 끝인 독도·마라도·백령도와 수도 서울과의 통화는 참석한 모든 사람의 마음을 숙연케 했으며 아마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이다.

 이번 남북 전화 개통은 여러 가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첫째, 지난 2002년 12월 남북 간 ‘개성공업지구 통신에 관한 합의서’ 및 2004년 12월 ‘KT-조선체신회사 간 통신 공급에 관한 합의서’가 각각 교환된 것을 감안하면 무려 3년간의 노력 끝에 이룬 결실로 남북의 인내심을 엿볼 수 있다. 둘째, 미국 상무부의 수출관리규정(EAR) 난관을 뚫었다는 점이다. 셋째, 그동안 인공위성을 통해 일본을 거쳐 남한에 걸 수 있었던 전화가 개성에서 KT 문산전화국을 통해 원하는 곳에 직통으로 걸 수 있게 됨에 따라 1분 통화요금이 종전의 6분의 1 정도인 40센트로 낮아졌다. 넷째, 회선수가 적어 그동안 남한에 전화를 걸려면 줄을 서야 했으나 이젠 개성공단 내 사무실에서 바로 전화통화를 할 수 있게 됐다. 다섯째, 남한에서 1분에 4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개성과 통화할 수 있게 됐다.

 이번 개성공단과 남한 간의 민간전화 개통은 남북 경제협력과 IT 분야 학술교류 등 여러 분야의 활성화를 가져오는 중대한 전환점이 되리라 믿는다. 돌이켜보면 2000년 9월 내가 처음으로 평양을 방문했을 때 평양호텔에서 미국과 중국에는 국제전화를 걸 수 있었으나 우리나라로는 전화를 걸 수 없어 미국을 거쳐 소식을 전해야만 했다. 더 바라는 게 있다면 이번 개성공단과 남한 간 전화 개통이 확장되어 평양도 포함됐으면 좋겠다.

 서울과 평양의 통신 사례는 이미 이산가족 영상상봉의 예를 통해서도 잘 알 수 있다. 지난해 7월 18일 문산∼개성 간 광케이블이 연결됐고, 7월 19일 ‘남북 이산가족 시범 영상상봉에 관한 합의서’가 교환됨에 따라 8월 15일 첫 번째 영상상봉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바 있다. 남북이 꾸준히 노력한 결과 영상상봉이 성사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남북의 일반 전화통화도 우리가 함께 노력하면 언젠가는 성사되리라 본다.

 KT 남북 통신 개통행사에서 진 장관은 축사를 통해 전화와 팩스 개통에 이어 앞으로는 우편·인터넷 서비스 등 IT 분야 전반에 걸쳐 교류협력을 확대해 나가기 위해 북측 당국자와 자주 만나 심도 있게 논의할 뜻을 내비쳤다. 남북 간 인터넷 개통은 매우 중요하다. 지난 4년 6개월 동안 평양과 IT 분야 공동연구를 하면서 가장 걸림돌이 된 것 중 하나가 인터넷 서비스 문제다. 평양에 거주하는 외국인들과 일부 특수 연구원들은 인터넷을 통해 해외 정보를 입수하고 e메일도 사용하고 있으나 일반인은 해외 인터넷 접속이 금지되어 있다. 그래서 중국 등 제3국을 통해서만 연락이 가능하다. 그러나 북한 내 인트라넷이 잘 되어 있고 정보차단연구도 많이 진전돼 머지않은 장래에 인터넷이 수용되리라 본다. 하루속히 그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박찬모 포스텍 총장 parkcm@postech.ac.kr

 <>통일칼럼 필진이 오늘부터 바뀝니다. 오는 4월 말까지의 새 필진은 △박찬모 포스텍 총장 △구해우 미래재단 상임이사 △손기웅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 △우종식 게임산업개발원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