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와 공정거래위원회 간 ‘규제 철학’을 둘러싼 자존심 싸움이 해를 넘겨 새해에도 계속되고 있다. 이번에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중 인수합병(M&A)에 관한 규정이 문제로 부각됐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통부와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무조정실에 국회 법사위에 계류중인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대한 입장을 각각 개진, 개정안 폐지와 유지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했다.
공정위는 지난달 30일 국무조정실과 법안을 발의한 이종걸 의원(열린우리당)에 △경쟁 제한적 기업결합 심사 업무는 공정위 전담 업무며 △산업별 기업결합심사 특례(전기·가스, 방송 등)가 확대될 경우 심사업무의 일관성·통일성을 해칠 우려가 있어 사업법 개정 조항 삭제를 공식 건의했다.
공정위는 국무조정실에 경쟁제한성 판단을 전문적으로 깊이 있게 처리할 수 있는 반면 정통부는 개별 산업만을 담당, 중립적·객관적이지 못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통부는 그러나 공정위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전기통신사업자의 주식을 취득하는 경우에도 기간통신사업자의 발행주식 총수의 15% 이상을 소유하게 될 경우 정통부 장관의 인가를 받도록 하는 개정안은 타당하다는 것.
정통부도 국무조정실에 △기간통신사업 기업결합의 경우 산업 정책 및 공공서비스로서의 공익적 관점을 종합 심사해야 하며 △기간통신사업자 주식취득은 단순 주식 수의 변화뿐만 아니라 실질적 양수·합병의 효과를 초래하며 △통신시장에서 경쟁제한성 판단은 정통부의 전문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해야 효과적이라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공정위는 결국 인수합병시 주식취득은 통신사업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통신사업의 특수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며 정통부는 기간통신사업이 가진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해 시내 및 시외·국제전화 시장 과징금 사태에서 벌어졌던 ‘통신사업의 특수성’을 둘러싼 규제철학 대립이 해를 넘겨서도 계속되고 있음을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법을 발의한 이종걸 의원실 측은 “법사위는 문구 수정만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통부와 공정위의 대립 때문에 과기정위를 통과한 법 자체가 계류되는 사태가 벌어질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라며 “이 조항 때문에 나머지 사업법 자체가 모두 계류되는 등 부작용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재권기자@전자신문, gj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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