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CT를 위한 발상의 전환

정진영

 문화(culture)와 기술(technology)을 접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문화기술(CT). 그동안 유비쿼터스를 비롯한 다양한 어젠다 설정을 통해 우리의 미래상을 한 발 앞서 제시해온 전자신문이 2006년 새롭게 꺼내든 키워드다. 많은 사람이 묻는다. “CT가 뭔데? IT와 뭐가 다르지?” CT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명쾌하지 않았던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최근에야 얻을 수 있었다. 핵심은 ‘발상의 전환’이다.

 최근 해외 선진 CT 육성전략 취재를 위해 방문한 유럽의 주요 기관과 업체들. 이들이 개발하는 기술 자체는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몇몇 기술은 이미 몇 년 전 우리나라에서 개발했다는 기사를 본 기억도 떠올랐다. 우리와 다른 한 가지는 철저하게 콘텐츠 산업에 실제 적용하는 것을 전제로 해당 기술을 개발중이라는 사실이다. ‘개발 이후’가 없는 우리나라와 달리 이들은 맞춤형 기술을 개발해 적은 비용으로도 상용화를 이루고 있었다.

 모 대학 애니메이션학과 교수는 “이들의 애니메이션 모션 캡쳐 기술은 이미 우리 국책 연구기관에서 수십억원을 들여 개발했던 것”이라며 “얼마 전 우리 기관에 해당 기술의 현 진행 단계를 물어보자 돌아온 대답은 ‘과제가 종료됐다’는 것뿐이었다”고 아쉬워했다.

 실제 우리나라에서는 국책 연구기관이 수십억원 혹은 수백억원을 들여 개발한 콘텐츠 관련 기술을 업계에서 사용할 수 없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기술 개발 자체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당장 불필요한 기능까지 모두 포함하게 되고 이는 곧 가격 상승은 물론이고 솔루션 자체를 적용하기도 힘든 결과로 이어진다.

 바로 여기에 CT의 핵심이 존재한다. 잘 만든 3D 애니메이션 한 편이 전세계에서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훌륭한 IT인프라와 기술을 보유하고도 이들을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CT로의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 ‘기술 발전을 위한 기술 개발이냐’ ‘콘텐츠 산업을 위한 기술 개발이냐’ 사이에서 선택해야 하는 시점이다.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