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도 국내 IT산업은 해외 수출에 앞장서면서 우리 경제를 한 단계 성장시키는 주요 동력으로 작용했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IT산업의 발전은 비단 올해뿐 아니라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 믿는다. 특히 정부가 ‘IT839’라는 중장기 계획으로 국내 IT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선두주자가 될 수 있도록 비전과 여건을 제공하고 있어 한국 IT분야 전망은 더욱 밝아 보인다.
IT분야에 종사하는 중소 벤처 기업인의 한 사람으로서 현재 우리 IT산업의 전반적인 구조와 미래는 매우 만족스럽다.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는 것은 IT 완제품을 만드는 대기업과 그 완제품의 부품을 담당하는 중소기업 간의 분업이 점점 더 건강한 구조로 정착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건전한 협업 관계를 무기로 많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세계 일류를 향해 달리고 있고 그중 몇몇은 이미 글로벌 기업의 지위에 올라 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를 지속시켜 나가기 위해선 몇 가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특히 세계로 나가길 원하는 중소 벤처기업들에 이 점은 더욱 중요하다. 벤처기업은 국내외 시장의 요구와 변화를 파악해 대기업이 쉽게 장악하지 못하는 자신만의 신상품을 개발·생산하는 민첩성으로 세계 시장 공략에 나서야 한다. 이런 경쟁력이 없으면 신상품과 저렴한 단가를 제시하는 잠재 경쟁사에 그 자리를 양보할 수밖에 없다. 역사에서 주지하듯, 한번 내 준 자리를 만회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에 대다수 중소 기업은 자신만의 고유 신상품 개발 및 시장 다각화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진행중이다. 이는 국내 경제가 점차 선진국 산업구조로 변화되고 있는 긍정적인 면으로 해석해도 좋을 듯싶다. 실제 미국 등 유수의 글로벌 회사는 한 분야만을 고집해 자신만의 제품으로 자국만이 아닌 전세계를 상대로 장사를 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오라클·시스코·IBM 등 특정 분야만을 고집해 수십년간 자신의 영역에서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기업은 무수히 많다.
이런 글로벌 기업은 자신만의 강점을 여타 회사와의 협업을 통해 강화해 왔다. 이는 MS 성장 사례를 보면 극명하게 드러난다. MS의 ‘윈도’는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완제품이 아니다. 실제 ‘윈도’는 다른 소프트웨어가 작동하도록 하는 PC의 중요 운용체계(OS)일 뿐이다.
지난 1980년대 초 조그만 벤처기업에 불과하던 MS가 오늘날 세계 최고 회사로 성장한 계기는 IBM PC에 장착되는 OS로 채택되기 시작하면서라는 것은 모두 다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IBM의 엄청난 영업 조직과 마케팅 조직에서 얻어진 방대한 양의 고객 요구를, MS는 자신의 OS에 충실히 반영했다. 이에 고객인 IBM을 만족시킴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경쟁사들과의 격차를 벌렸고, 더 나아가 한발 앞서 나가던 애플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었다.
이렇듯 MS는 자신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과정에도 최선을 다했지만 그 제품이 장착되는 완제품 업체의 요구 사항을 충족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더 나아가 경쟁사의 아이디어라도 과감히 수용할 줄 아는 유연성·민첩성·결단력이 있었기에 현재의 위치에 섰다. 이 원칙은 세계 1위 기업인 현재에도 지켜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IT산업의 초석은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판매해 이윤을 창출하기 위한 선도 기업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또 얼마 전 삼성·LG 등 주요 기업이 발표한 신년사에서 볼 수 있듯 지금도 세계 일류 기업은 초일류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중이다. 중소기업에도 이런 노력은 여전히 유효하다. 세계가 경탄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우리 IT산업에서 가까운 장래에 제2, 제3의 MS가 탄생하길 기대해 본다. 기회는 누구에게나 평등하다.
손성철 Tsc시스템즈 사장 ssohn@tscsystem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