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단지 혁신클러스터를가다](1)프롤로그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전국 7대 산업단지 혁신클러스터

 우리나라에 공업단지가 처음 등장한 지 40여년 만에 문패를 ‘산업의 역군’에서 우리 경제의 혁신을 주도하는 ‘신(新) 성장동력’으로 바꿔 달았다. 문패 첫 글자도 ‘공업’에서 ‘산업’으로 새롭게 새겼다. 높게 솟은 굴뚝에서 시커먼 연기를 토해내고 밤낮으로 윙윙거리는 기계소리를 내뱉던 공장지대가 신성장동력을 이끄는 혁신주도형 단지로 재단장하고 있다. 산업단지는 ‘중앙 집권’에서 ‘지방 분권’으로 전환된 시대적 변화에 따라 국가균형 발전을 선도하고 지역혁신에 앞장서는 선봉장으로 나섰다. 이에 본지는 산업자원부·한국산업단지공단과 공동으로 ‘산업단지 혁신클러스터를 가다’ 기획시리즈를 마련해 산업단지 혁신클러스터 시범단지 현장을 집중 점검함으로써 한국형 산업단지 혁신클러스터로 발전하기 위한 비전과 과제를 짚어본다.

 ◇지방분권화 시대의 첨병=전국에 위치한 산업단지는 그동안 우리나라의 기반을 다지는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전체 제조업 수출의 71%를 차지하고 생산 49%, 고용 37%를 담당하고 있다. 수출 증대와 고용창출, 지역개발의 핵심거점이라는 인식이 자리를 잡으면서 산업단지는 ‘혁신클러스터’의 주인공으로 부상했다. 40여년간의 구슬땀이 꽃망울을 터뜨리는 시점에 도달한 것이다.

 혁신클러스터의 태동은 지난 2004년 6월 이뤄졌다. 당시 참여정부의 주요 정책과제로 ‘산업단지 중심의 혁신클러스터화 사업’이 발표된 이후 지난해 3월 ‘산업단지 혁신클러스터 선포식’을 통해 산업단지 혁신클러스터 추진이 본격화됐다. △창원 △구미 △울산 △반월·시화 △광주 △원주 △군산 등 7개 지역을 혁신클러스터로 선정, 세계적인 대표 클러스터를 육성해 혁신주도형 경제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으로 삼겠다는 국가적 야망이 첫발을 내디뎠다.

 7개 혁신클러스터는 창원-기계, 구미-디스플레이·디지털전자, 울산-자동차, 반월·시화-부품, 광주-광(光), 원주-의료기기, 군산-자동차부품 등 특성 사업으로 이뤄진 ‘선택과 집중’의 결과물이다

 ◇한국형 모델을 그려낸다=혁신클러스터의 모델은 해외 선진 사례에서 찾아냈다. 미국 실리콘밸리·스웨덴 시스타·중국 중관춘·일본 도요타·대만 신죽단지 등 지역을 통해 국가 혁신성장 동력을 일으키려는 각국의 모범답안을 염두에 뒀다.

 그러나 모방만으로는 혁신을 일궈내기는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 구상 단계부터 한국형 모델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병행됐다. 정부는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캠퍼스(UCSD)의 ‘커넥트(CONNECT)’, 일본 ‘TAMA’ 클러스터 모델 등 해외사례를 벤치마킹해 한국형 네트워크 모델인 미니클러스터 구성계획을 마련했다.

 한국형 모델은 시범단지별로 5∼10개 산·학·연 미니클러스터를 구성, 운영하고 발굴된 애로기술해소와 기업지원서비스 등을 추진단 조직을 활용해 지원하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전국 48개 미니클러스터에 1400여 기업과 300여 대학 및 연구소, 150여 지원기관 등이 산·학·연·관 공동 기술개발을 통해 총 560여건의 애로과제를 발굴해 지원하는 등 ‘협업’의 전형적인 모범답안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고유 풍습인 ‘두레’와 ‘품앗이’ 모델을 이어간 전형적인 형태로 서로 힘을 합쳐 큰 결과물을 일궈내는 우리의 ‘신바람’ 정신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이것이 바로 한국형 혁신클러스터 모델의 기본 바탕이다.

 ◇성과창출에 무게 싣는다=지난해까지 혁신클러스터호의 정비를 마치고 올해는 본격적인 운행에 들어간다. 준비 당시 목표로 잡았던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을 위한 적극적인 해법을 마련하고 세계적인 클러스터 구축을 위한 시동을 거는 두 번째 단추를 끼우는 중요한 시기다. 우선 클러스터 사업의 정책모델에 대한 성과창출 지향으로 계획을 수립해 시행에 들어간다. 미니클러스터 추진단별로 특성에 맞는 사업을 발굴하고 운영키 위해 세부 운영계획과 예산을 편성한다.

 정부 정책과 지역사업에 발맞춰 추진하는 연계 사업에 초점을 맞추고 연구개발 인프라 확충 사업을 발굴하고 재원조달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작업에 착수한다. 정부 차원에서는 올해부터 사업 성과에 따라 사업비를 차등 배정해 철저한 ‘성과 위주’ 사업으로 운영하게 된다.

 김칠두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은 “이제 혁신클러스터 사업은 선택사항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사항으로 세계는 이미 클러스터 전쟁터에서 보이지 않는 전투에 들어갔다”며 “우리가 선택해야 하는 유일한 살길인 기술개발과 새로운 시장개척을 위해 클러스터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기고-‘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는 혁신클러스터정책

-산업자원부 장관 이희범 heebl@mocie.go.kr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마이클 포터 교수는 이른바 다이아몬드 이론에서 기업환경과 관련된 네가지 요소-투입, 수요, 경쟁, 연관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혁신클러스터는 이들 네 요소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으로 ‘지리적으로 인접한 기업체, 대학, 연구기관, 법률·회계·금융 등 기업서비스 지원기관 등이 인접한 곳에 있으면서 서로 유기적인 협력 네크워크를 형성해 혁신의 거점이 되는 집합체’로 정의된다.

 최근 혁신클러스터가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우리 산업정책의 패러다임 전환과 관련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개발연대 시기에 강력한 중앙집권체제를 바탕으로 ‘투입 위주의 성장’을 통해 단기간에 농업경제를 산업경제로 전환시키는 도약에 성공했다. 하지만 우리는 과거 10여년 동안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최근에는 저출산·고령화사회가 급속히 진전돼 경제활동인구가 감소하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또 투입 위주의 성장전략이 국토발전의 불균형을 초래한 것도 사실이다. 전 국토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는 총인구의 48%가 거주하고 있고 주택난과 환경오염, 교통혼잡비용 문제가 심각한 반면 지방에서는 교육이나 문화, 산업 인프라가 부족한 실정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혁신클러스터는 국가 경쟁력 확보와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방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개별기업 혼자서는 기대할 수 없는 혁신활동이 여러 기관과의 유기적 네트워크를 통해 촉발될 수 있다는 혁신클러스터 이론은 이제 새로운 산업정책의 이론적 근거로 널리 인용되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생산시설 집적지에 머물러 온 산업단지를 혁신클러스터로 전환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창원, 구미, 광주, 울산, 반월·시화, 원주, 군산 등 7개 산업단지를 대상으로 작년 4월부터 산업단지 혁신클러스터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그것이다. 산업단지를 클러스터사업의 대상으로 택한 것은 기업이 이미 집적해 있는 지역에 산·학·연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사업명칭에 클러스터라는 단어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이 사업이 우리 정부의 대표적인 클러스터 육성사업으로 인식되고 있는 경향도 없지 않으나, 사실은 산자부가 지난 1999년부터 추진해 온 지역산업진흥사업 역시 클러스터 개념에 입각해 있다. 수도권을 제외한 13개 광역지자체를 대상으로 지역전략산업을 육성하는 지역산업진흥사업도 지역별 산업클러스터를 형성하기 위한 것이다.

 클러스터(cluster)의 사전적 의미가 ‘무리’ 또는 ‘집단’인만큼 지리적 인접성은 혁신클러스터 형성의 기초를 이룬다. 그러나 기업, 대학, 연구소 등을 한곳에 모아둔다고 해서 저절로 혁신이 창출되는 것은 아니다. 역동적인 네트워크 형성을 통해 최첨단 지식, 기술을 창출하고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 과거와 같이 정부가 직접 나서서 자원을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역할은 혁신이 창출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머물게 된다.

 “고기를 잡아주면 하루를 살지만, 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치면 평생을 간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혁신클러스터를 통한 균형발전전략이 지향하는 바를 잘 나타내고 있다고 본다.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선정한 전략산업 육성을 통해 지역 경쟁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지역산업정책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 기반이 전무한 상태에서 불과 50년 만에 세계 11위의 경제대국, 세계 12위의 무역대국으로 탈바꿈한 우리의 저력이 혁신클러스터라는 새로운 패러다임하에서도 발휘되리라 기대해 본다.

◆기고-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 heebl@mocie.go.kr

 미국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의 마이클 포터 교수는 이른바 다이아몬드 이론에서 기업환경과 관련된 네 가지 요소, 즉 투입·수요·경쟁·연관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혁신 클러스터(innovation cluster)는 이들 네 요소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으로 ‘지리적으로 기업체, 대학, 연구기관, 법률·회계·금융 등 기업 서비스 지원기관 등이 인접한 곳에 있으면서 서로 유기적인 협력 네크워크를 형성해 혁신의 거점이 되는 집합체’로 정의된다.

 최근 혁신 클러스터가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우리 산업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과 관련되기 때문이다. 혁신 클러스터는 국가 경쟁력 확보와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방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개별 기업 혼자서는 기대할 수 없는 혁신활동이 여러 기관과의 유기적 네트워크를 통해 촉발될 수 있다는 혁신 클러스터 이론은 이제 새로운 산업 정책의 이론적 근거로 널리 인용되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생산시설 집적지에 머물러 온 산업단지를 혁신 클러스터로 전환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국 7개 산업단지를 대상으로 작년 4월부터 산업단지 혁신 클러스터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그것이다. 산업단지를 클러스터 사업의 대상으로 택한 것은 기업이 이미 집적해 있는 지역에 산·학·연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클러스터의 사전적 의미가 ‘무리’ 또는 ‘집단’인 만큼 지리적 인접성은 혁신 클러스터 형성의 기초를 이룬다. 그러나 기업·대학·연구소 등을 한곳에 모아둔다고 해서 저절로 혁신이 창출되는 것은 아니다. 역동적인 네트워크 형성을 통해 최첨단 지식과 기술을 창출하고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

 “고기를 잡아주면 하루를 살지만 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치면 평생을 간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혁신 클러스터를 통한 균형발전 전략이 지향하는 바를 잘 나타내고 있다고 본다.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선정한 전략산업 육성을 통해 지역의 경쟁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지역 산업정책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 기반이 전무한 상태에서 불과 50년 만에 세계 11위 경제대국, 세계 12위 무역대국으로 탈바꿈한 우리의 저력이 혁신 클러스터라는 새로운 패러다임 하에서도 발휘되리라 기대해 본다.

특별취재팀 팀장=주문정기자@전자신문, mjjoo@, 박희범기자@전잔신문, hbpark@, 정재훈기자@전잔신문, jhoon@, 김한식기자@전자신문, hskim@, 서동규기자@전자신문, dkseo@, 신선미기자@전자신문, smshin@, 장동준기자@전자신문, djj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