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희망을 말하는 국내 SW업체들

이병희

 지난 2일, 서울 코엑스 그랜드볼룸 호텔에서는 한 의미있는 행사가 열렸다. 국내 대표적 소프트웨어 업체인 티맥스소프트가 회사 설립 8년 만에 전직원 660여명을 한꺼번에 모아놓고 신년행사를 열었다.

 이 회사 전직원이 한곳에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새해부터 출근하는 80여명의 신입사원까지 포함돼 있어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됐다. 행사가 본격 시작되고, 경영진이 잇따라 나와 ‘2006년 글로벌 기업 도약의 기반을 완성하자’는 중장기 비전을 발표하자 장내는 더욱 달아올랐다. 서로 박수를 하며 힘을 복돋아 주고 그야말로 축제의 하루였다.

 사실 단일 국산 소프트웨어 업체가 700여명의 직원과 함께 신년행사를 치른 것 자체가 국내 소프트웨어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것이다. 이전에는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이 같은 행사에 대해 생각도 못 했다.

 이번 행사는 또 토종 소프트웨어 업체가 ‘규모의 경쟁’에 돌입했다는 점을 시사, 고무적이다.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그동안 글로벌 업체와 경쟁하면서 매번 규모의 경제에 밀려 어려움을 겪어왔다. 실제 국내 업체들은 회사 규모뿐만 아니라 매출규모도 다국적 기업과 상대가 안 됐다. 직원 수 100명을 넘긴다는 것 자체가 이슈가 된 시절도 있었다. 매출이 적다 보니 연구개발(R&D) 비용 증액도 쉽지 않았다. 선순환이 아닌, 악순환이 계속된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올해 국산 소프트웨어 업체들에 대한 기대감은 여느 해와 다르다. 주요 국산 소프트웨어 업체는 신년행사에서 글로벌화를 내세우며, 규모의 경쟁에 본격 나서고 있다. 안철수연구소·핸디소프트·한글과컴퓨터 등 주요 소프트웨어 업체는 작년 대비 R&D비용만 평균 40% 이상 늘릴 예정이다. R&D비용으로만 100억원을 넘게 투자하는 회사도 있다. 없는 살림에 R&D비용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외형이 커지면서 R&D가 늘어난 것이다.

 매출의 경우 일부 업체는 작년에 처음으로 400억원대를 넘어섰고, 그동안 심리적 압박감으로 여겨왔던 500억원대도 올해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글로벌 소프트웨어 업체에 비해 부족한 점도 많다. 하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했던가. 올해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화두는 분명 글로벌화를 동반한 ‘희망’이다.

  이병희기자@전자신문, shak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