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작지만 큰 나라­

[열린마당]작지만 큰 나라­

우리나라는 국토 면적으로 보면 10만㎢로 세계에서 109위에 불과하고, 인구로 보면 26위의 작은 나라다. 그러나 IT 측면에서 접근하면 결코 작은 나라가 아니다. 우리나라 국민은 미주나 유럽에 비해 휴대폰 평균 교체 주기가 3배나 빠르다. 구매 이용자 면에서는 1억2000만명(4000만×3회)의 이용자를 가진 큰 나라인 셈이다.

 디지털 경제사회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이미 IT강국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적 권위의 국제전기통신연합(ITU) 보고서는 “한국이 정보통신 분야에서 이룩한 발전은 기적이며, 더는 권고할 것이 없는 성공적 사례”라고 평가하고 있다. 얼마 전 개최된 정보사회정상회의(WSIS)에서도 우리나라는 통신 인프라 보급, 소득 대비 통신요금 비율, 인터넷 이용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디지털기회지수(DOI) 순위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산업사회에서 ‘작지만 큰 나라’ 하면 떠오르는 국가는 스위스·스웨덴·핀란드·싱가포르 등이었다. 특히 스위스는 국제기구·금융기관·명품시계 등의 분야에서 세계적인 위상을 가진 국가며 그 안의 취리히는 ‘작지만 큰 도시’로, 유니크는 ‘작지만 큰 공항’으로 평가된다. 취리히는 대도시에 버금가는 시설을 갖추고 있고, 유니크 공항은 국제선 연결 시간이 최소 45분으로 세계 어느 공항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네트워크로 지구촌이 하나가 된 글로벌 디지털 경제사회에서는 국토 면적에 따른 국가 크기는 무의미해졌다. 기존의 전통산업이나 작지만 큰 나라의 개념도 변했다. 즉 초고속 네트워크 구축 및 활용도, 첨단 IT제품의 시장 점유율, 지식정보의 유통에 의한 부가가치 창출 등을 척도로 국가 경쟁력을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최근 우리나라를 방문한 자리에서 “산업화 때만 해도 무조건 큰 것이 좋다고 믿었지만 지금은 시대가 다르다”며 “작지만 탁월한 경제구조를 가진 나라들이 규모가 큰 나라들보다 훨씬 좋은 성과를 내고 있고 한국의 잠재력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IT의 국가경제 역할을 강조한 바 있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2005년도 세계 경쟁력 연감’에서 우리나라는 종합 29위를 기록했지만 1000명당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수는 2004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1위를 차지했다. 그 밖에 GDP 대비 IT 투자는 8위, 초고속인터넷 요금은 2위로 나타났다. 또 우리나라는 반도체·이동전화단말기·TFT LCD·디지털TV·온라인게임 등과 같은 다수의 세계 1등 상품을 보유하고 있다.

 신기술 분야에서도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CDMA기술 상용화에 성공한 이후 휴대인터넷(WiBro)과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의 송수신시스템 개발을 완료해 국제표준에 반영시키는 등 차세대 IT의 세계시장 선점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했다.

 이와 같은 성과에 힘입어 우리나라가 IT강국으로서 국제사회 인지도가 높아짐에 따라 세계적 기업 및 연구기관들의 국내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인텔·IBM·HP·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적 글로벌 기업들이 우리나라에 R&D센터를 열었으며, UN의 아·태 ICT센터와 모토로라의 R&D센터 설립도 추진되고 있다. 영국의 케임브리지대학은 작년 9월 IT·BT·NT 융합기술 개발을 위해 ETRI 내에 공동연구센터를 출범시킨 바 있다.

 불과 10여년 전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라는 슬로건으로 시작된 강력한 IT기술혁신 정책에 따라 과거 근대화 후발국이었던 우리나라는 ‘작지만 큰 나라’의 반열에 올랐다. 또 우리나라는 전세계 IT 기술개발 및 산업화 허브로서 혁신리더의 역할을 더욱 충실히 해야 하는 행복한 운명을 맞이하게 됐다. 이제 IT 첨병으로서 융·복합형 기술개발과 소프트형 산업경쟁력 확보를 통해 세계 최초로 u코리아를 구현하고, 더 나아가 ‘작지만 똑똑하고 강한 큰 나라’의 비전을 실현할 때다.

◆임주환 ETRI 원장 chyim@et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