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울했던 서민경제와 달리 산업지표는 화려했다. 기업들은 ‘사상최고’라는 수식어를 붙이며 유례없는 매출과 이익을 남겼다. 수출은 연초 전망을 상회하며 질주를 멈추지 않았다. 한풀 꺾였던 IT경기도 서서히 회복조짐을 나타냈다. 산업지표는 모두 긍정적 신호를 보였다.
여기에 한술 더 떠 외국 경제연구소의 ‘한국경제 낙관론’은 희망을 넘어 의구심마저 갖게 한다. 지난해 말 산업자원부는 2015년 1인당 국민소득(GDP) 3만달러의 청사진을 발표했다. 잠재 역량을 발휘해 ‘숨겨진 1%’를 찾아내면 2015년 장밋빛 미래가 다가온다는 내용이었다. 이론상 가능한 일이지만 현실성에 대해 수긍하기는 힘들다. 다만 미래 청사진이라는 의미에서 희망의 동기부여는 충분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최근 골드만삭스는 보고서를 통해 2015년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3만500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아가 2050년에는 8만1462달러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은 8만492달러로 우리나라의 뒤를 잇는다. 아무리 전망이라지만 일본을 넘어 세계 2위의 1인당 GDP 국가가 된다니 기분이 한없이 좋다. 염원이기도 한 경제 극일(克日)을 실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망은 골드만삭스만의 분석이 아니다. 지난해 방한 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도 골드만삭스와 유사한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2015년 한국의 1인당 GDP가 3만달러를 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한국이 세계경제의 주도권을 잡을 날이 머지않았다”고까지 극찬했다. 그가 ‘친한파’ 인사라는 점을 감안해도 터무니없는 얘기를 했을 리는 만무하다. 그만큼 우리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한 까닭이다.
그렇다면 잠재력은 무엇인가. 골드만삭스나 앨빈 토플러 모두 숨 쉴 틈 없이 급변하는 세계경제와 산업환경에 바로 대응하는 산업구조와 한국인의 순발력을 꼽았다. IT를 수식어로 붙이고 다니는 ‘한국의 저력’이 짧게는 10년 후 길게는 45년 후에 나타나는 것이다. 우리만 못 볼 뿐, 미래를 예측하는 사람들은 한국인의 저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지난해 주춤했던 IT 경기가 다시 꿈틀댄다. 예측대로 ‘2050년 경제의 대역사’를 쓰기 위해 지금 IT기업에 희망을 걸 뿐이다.
이경우기자@전자신문, kw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