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5일 개막한 세계 최대 가전기기 전시회 ‘2006 CES(Consumer Electronics Show)’도 우리나라의 잔치가 됐다고 한다. 전시회 출품작 중 디자인과 기술이 뛰어난 제품에 주어지는 ‘혁신상’을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국내 전자업체들이 거의 휩쓸었다는 것이다. 올해 전체 270여개의 혁신상 가운데 삼성전자가 참가업체 중 가장 많은 15개, LG전자가 11개를 획득해 4∼7개 수상에 그친 필립스·소니·파나소닉 등 경쟁업체를 압도했다. 게다가 올해에는 이트로닉스·엠피오·뉴미디어라이프 등 우리 중소업체들까지 혁신상에 포함되는 성가를 올렸다니 대단히 반가운 일이다. 우리 기업들이 세계 디지털전자 제품의 기술과 디자인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시켜 주는 것이다.
우리 업체들이 올해 혁신상을 수상한 것은 휴대형멀티미디어플레이어(PMP)·휴대폰·무선인터넷 지원 스마트폰·MP3플레이어·대형 LCD TV·무선 PDP TV 등 하나같이 신기술이고 부가가치가 높은 차세대 유망 제품들이다. 이런 첨단제품에서 쟁쟁한 선진기업을 제쳤다는 것은 우리나라가 이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국으로 완전히 자리잡았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이런 성과는 두말할 것도 없이 미래 시장변화를 내다보고 끊임없이 독창적인 디자인과 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은 덕분이다.
우리 기업들은 이번 전시회에서 세계 최대 크기의 PDP TV를 비롯해 위성·지상파DMB폰, 블루레이 플레이어, 수동형 OLED 등 외국 경쟁업체들을 압도하는 신제품을 선보여 크게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올해는 월드컵 특수를 앞두고 디스플레이와 이동통신 단말기 부문 경쟁이 어느 때보다 뜨거운 점을 감안하면 ‘디지털 한류’ 세계화에 시동이 걸렸다고 봐야 한다. 이미 우리는 PDP나 LCD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고 세계에서 가장 비싸고 큰 PDP TV 양산에 돌입한만큼 월드컵 특수로 인한 수출증대는 충분히 기대할 만하다.
하지만 몇몇 분야에서 세계 일류 기술과 제품을 확보하고 있다고 해서 조금도 만족할 일은 아니다. 지금은 촌각을 다투는 기술혁명의 시대다. 기술발전이나 제품기능의 융합화·다양화 속도가 상상 외로 빨라 자칫 눈 깜짝할 사이 1등 자리를 뺏길 수 있는 것이 디지털전자 분야이. 우리나라가 특허 출원에선 선진국 반열에 올랐으나 아직 세계 최고로 꼽을 만한 원천기술은 별로 없는 상태다. 핵심기술 분야에선 미국·일본 등과 6년 정도 기술 격차를 보이고 있다.
더구나 특허 분쟁 등 일본 업체들과는 한치의 양보 없는 혈전을 감행해야 하고, 기술혁명을 국가 최우선 과제로 지목한 중국과는 가격경쟁을 벌이고 있다. 향후 5년 이내 중국 기술력에 뒤질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들린다. 중국 기업들의 거센 도전과 추격은 우리 기업들에 이미 위협적인 수준이다. 그만큼 끊임없는 기술개발로 원천 핵심기술을 축적하고 부단한 품질향상을 통해 스스로 혁신을 거듭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내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다. 이를 통해 일류 제품 수를 늘려 나가야만 우리 기업들의 세계 시장 지배력도 키울 수 있다.
또 미국 가전협회(CEA)가 제시한 ‘CES 메가 트렌드’인 MP3플레이어 질주, 디지털카메라의 변신, 초고화질 디스플레이 등장 등은 우리 업체들이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당분간 이러한 형태로 시장이 형성되고 기술이 변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기술이 앞선다고 기술개발을 게을리할 경우 중국·대만 등 동남아 업체들에 추월당할 가능성이 높다. 기술적 우위를 가진 분야일수록 품질과 성능 차별화 등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우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