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아주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다. 전세계 이동통신업체들이 지난 몇 년간 ‘멀티미디어 세상’을 위해 거대 자본과 개발 노력을 기울인 결과, 드디어 모바일콘텐츠의 대혁명이 임박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신문은 모바일콘텐츠 혁명의 선봉에 선 5개 기업을 소개했는데, 아이디어웍스(모바일게임)·레포로(모바일쇼핑)·체리미디어(모바일성인엔터테인먼트)·차이나글로리아로터리즈(모바일복권)와 함께 국내 위성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사업자인 티유미디어를 꼽았다.
굳이 이 신문기사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초고속인터넷망 보급률이 75%에 달하는 우리나라는 휴대폰으로 TV를 즐기는 소비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5월 위성DMB 서비스가 시작된 이후 서울의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휴대폰을 보며 혼자 웃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더는 낯선 일이 아니다.
특히 이달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에서 지상파DMB가 서비스되면서 본격적인 ‘손 안의 TV’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언제, 어디서나 고음질·고화질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지상파DMB 서비스는 위성DMB와 달리 ‘무료’라는 점에서 DMB 서비스 활성화의 촉매제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발표한 ‘DMB산업의 경제적 기대효과’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DMB 서비스는 2010년까지 1457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며 총 25조7430억원에 달하는 산업연관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단말기·장비·콘텐츠 산업도 급성장할 전망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DMB가 보편화하기에는 많은 장애물이 있다. DMB 서비스를 지원하는 단말기 가격이 높고 일부 이통사는 당장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해서 DMB 단말기를 유통하지 않고 있다. 또 DMB 콘텐츠도 아직은 제한적이라 지상파 중심이 될 것이라는 것도 해결해야 할 문제점이다.
그럼에도 DMB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벌써 유럽 각국에서 국산 DMB 기술을 도입하겠다는 관심이 쇄도하고 있으며, 우리의 DMB 성공모델을 벤치마킹하기 위한 세계 각국의 방한도 잇따르고 있다.
DMB 서비스가 본격화되면 우리 생활에 엄청난 변화가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콘텐츠업계에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우선 DMB시대에 걸맞게 5분이나 10분짜리 드라마나 프로그램이 많아질 것이며, 이용자들이 직접 만든 콘텐츠도 인기를 끌 것이다. 또 판도라TV처럼 네티즌이 직접 찍은 재미있는 동영상을 DMB를 통해 방영하는 서비스도 대거 등장할 전망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현재 이용되고 있는 휴대폰 콘텐츠의 상당 부분이 DMB에 흡수될 것이라는 점이다. 또 방송과 접목된 새로운 형태의 다양한 모바일콘텐츠가 등장할 것이다. 국내 모바일콘텐츠 사업자들은 이러한 변화를 감지하고 DMB시대에 걸맞은 콘텐츠를 서둘러 개발해야 한다.
얼마 전 위성DMB사업자인 티유미디어와 방송영상산업진흥원이 공동으로 주최한 ‘DMB 콘텐츠 공모전’도 DMB 콘텐츠 활성화를 위한 매우 바람직한 시도라고 생각된다. 총 15편을 선발하는 이번 ‘DMB 콘텐츠 공모전’에는 무려 259편이 접수됐으며, 특히 미래의 주역인 중·고등학생들의 응모작도 20여편이나 돼 향후 DMB 콘텐츠에 대한 밝은 전망을 보여줬다.
우리나라는 이동전화를 통한 동영상 전송, 위성DMB에 이은 지상파DMB의 상용화로 전세계에 모바일TV라는 전혀 새로운 시장을 알리는 프런티어 역할을 해왔다. 이러한 우리의 IT기술력에 현재 아시아를 강타하고 있는 한류(韓流)가 접목된다면 향후 우리나라는 DMB를 통해 IT·방송·콘텐츠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변화는 국내 IT기업은 물론이고 콘텐츠 기업들에 더없는 기회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박성찬 한국콘텐츠산업연합회 의장 psc@dana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