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황금의 경연장

 지리상의 발견이 많아진 15세기 이래 노예무역이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아메리카 대륙 및 서인도제도의 광산 개발과 사탕수수·담배 재배 등 플랜테이션 농사에 대규모 일손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포르투갈의 모험가 바스코 다 가마도 인도항로 개척길에 아프리카 서해안의 흑인을 데려와 노예무역을 했다고 전해진다. 서아프리카에 면한 코트디부아르의 해안은 오늘날까지 노예해안으로 불린다. 당시 검은 황금으로 불리던 노예를 이용한 무역은 300년간 1500만명을 희생시키며 유럽 상업자본을 살찌웠다.

 인류는 땅속에서도 검은 황금을 찾아냈다. 바로 석유였다. 성경에 노아가 방주를 만들 때 방수용 재료로 역청을 사용한 것으로 나올 정도로 기원도 오래됐다.

 미국은 석유의 산업화 시점을 1859년으로 본다. 미국인 드레이크가 펜실베이니아 티투스빌의 유정에서 막대한 양의 기름을 퍼올린 해다. 드레이크의 석유 발견 소식이 퍼지면서 수많은 ‘석유광’이 몰려들었고 불과 5년 사이에 600여개의 석유회사가 설립됐다. 등유 정제로 사업을 시작한 존 록펠러는 경쟁사인 스탠더드 오일을 합병하고 저장설비와 운송망을 갖춰 일약 석유 재벌로 떠오른다. 그러나 검은 황금은 유전이 계속 발견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50년 내 고갈될 것이라는 위협에 처해 있다. 엊그제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을 줄이면서 유럽인을 혹한에 몸서리치게 만들었다.

 5일(현지시각) 전세계인의 이목이 세계 최대 가전쇼인 CES가 개막되는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쏠려 있다. 디지털 시대를 주도할 전세계 최고의 제품들이 집중적으로 소개돼 우리의 미래 생활상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최고 품질의 디지털TV는 한국인이 만든 황금덩어리고, 차세대 DVD는 일본인이 내놓은 황금덩어리다. 세계 최고의 소형 AV기기인 아이팟은 미국이 만든 황금이다. 게다가 이루 다 열거하지 못할 만큼 많은 첨단 전자제품 대부분에는 우리나라가 전세계 수요의 절반이상을 공급하는 또 다른 황금인 플래시메모리까지 숨어 있다.

 우리 전자업계가 전세계인이 원하는 새로운 황금을 더욱 더 많이 개발해 새해에도 IT코리아를 빛내길 기원해 본다. 이재구 국제기획부장 j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