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프로슈머` 활용하기](https://img.etnews.com/photonews/0601/060110114557b.jpg)
얼마 전 일본의 NHK 국제부 아오키 요시유키 기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전화 내용은 한국의 프로슈머들의 활동내용과 이들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취재를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나라 프로슈머들의 활약은 일본에서도 관심 깊게 지켜볼 정도로 특이한 사례라는 것이었다. 프로슈머는 일본에서는 매우 낯선 용어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처럼 프로슈머들의 활동이 활발한 나라도 드문 게 사실이다. 한국전산원이 발행한 ‘2004년 한국인터넷백서’에 따르면 국내에는 약 600만개의 인터넷 커뮤니티가 활동하는데, 이 가운데 프로슈머들이 활동하고 있는 전문가 커뮤니티는 200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프로슈머들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기업 및 제품에 대한 분석정보와 의견을 공유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프로슈머는 생산자(producer)와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다. 즉 소비자가 직접 생산에 관여함으로써 제품이 좀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소비자는 물론이고 생산자에게도 충분히 제품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해 생산과 소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진정한 프로슈머라는 얘기다.
인터넷의 발달은 국내 프로슈머 활성화의 원동력이 됐다. 소비자들은 인터넷에서 제품과 기업을 대상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하거나 블로그 혹은 개인 홈페이지를 통해 개별적으로 제품과 기업에 대해 평가하며 프로슈머로서 입지를 굳혀 왔다. 기업들도 자사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의견을 점검하고 개선점 및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 위한 방편으로 이들의 활동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1980년대부터 일부 기업에서 모니터 요원·체험단·소비자 평가단 등의 이름으로 소수의 인원을 모집해 제품과 서비스를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프로슈머들은 자발적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해 스스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지닌다. 제품군별로 다양한 전문 커뮤니티가 등장하고 있는 것도 프로슈머들의 자발적인 성향 때문이다. 바로 이러한 점이 해외 기자들을 비롯해 네티즌이 의아해하고 신기해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일본이나 미국에서는 프로슈머와 비슷한 개념으로 소수의 얼리 어답터가 개별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커뮤니티를 형성해 그들의 힘을 집약해 보여주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특히 일본은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사용하는 특수한 네트워크 환경과 개인주의적인 성향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제품을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는 많지 않다. 따라서 프로슈머라고 할 수 있는 ‘적극적인 참여형 소비자’들의 활동은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가 가장 앞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12월에는 프로슈머 강국으로서 면모를 과시하는 또 하나의 의미있는 시도가 있었다. 산업자원부가 운영하는 커뮤니티 포털사이트 ‘엔펀(http://www.enfun.net)’을 중심으로 정부·기업·학계 전문가로 구성된 ‘프로슈머 자문위원단’이 공식 출범한 것이다.
자문위원단은 프로슈머 활동을 돕고, 기업과 프로슈머가 상호 협력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얼리 어답터와 프로슈머가 직접 시장조사, 신제품에 대한 베타테스트 및 제품분석·홍보·서비스 평가 등에 참여해 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데 주안점을 두기로 했다. 국내 프로슈머 활동이 또 한번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프로슈머 활동은 우리 기업의 기술력 향상 및 대한민국의 새로운 소비문화를 창출하는 원동력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제는 프로슈머들의 전문적인 지식과 정보가 어떻게 더 활발하게 기업·학계·일반인에게 전달되고 공유될 수 있도록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2006년 한 해가 프로슈머의 춘추전국시대로 거듭나는 뜻깊은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
◆박환승 산업기술인터넷방송국 대표이사 hspark@its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