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직도 통·방융합 관할권 다툼인가

 새해 벽두부터 통신·방송 융합 서비스 관할권을 놓고 관련 규제 기관 간 다툼이 벌어질 조짐이다. 방송위원회가 IPTV는 물론이고 와이브로·HSDPA 등 통신·방송 융합 관련 새로운 통신서비스를 모두 포괄하는 규제 정책안을 마련해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수렴 작업에 들어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방송위는 특히 통신서비스 관할 주무부처인 정보통신부와 이에 대한 업무협의를 통해 정부 입법 작업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어서 두 기관 간 힘겨루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방송위의 규제 정책안 마련은 정통부가 작년 말 통신·방송 융합 서비스의 조기도입을 위한 규제원칙을 담은 ‘광대역융합서비스(BAVS)법안’ 추진에 대응한 주도권 경쟁으로 비쳐져 모양새가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물론 방송위가 규제 정책안을 마련하는 것이 말 그대로 새로운 통신·방송 융합서비스의 조기 도입에 필요한 관련 법·제도 개선을 위한 것임은 분명하다. 특히 작년까지 두 규제기관이 관할권을 놓고 소모적인 논쟁만 거듭한 채 대립각을 세우던 것에 비하면 많이 발전된 모습이다. 종전과 달리 상호 정책 대안을 내놓고 의견교환을 할 경우 협상의 여지도 있고 합의점도 도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송위가 신규 융합서비스 규제 정책안을 마련하는 속내를 들여다보면 관할 영역으로 두고 규제권한을 놓지 않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방송위가 새 정책안을 내놓으면서 “신규 융합서비스 도입 논란에서 현행 방송법을 지킨다는 원칙을 천명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강조한 측면이 이를 방증해 준다. 또 새로운 규제 정책안에 플랫폼별 가입자 기준을 규제하겠다는 것이나, 정통부와의 의견조율에 실패할 경우 의원입법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만 봐도 그렇다. 정통부라고 이와 별반 다를 게 없다.

 물론 여기서 두 기관 간에 싸움을 붙이겠다는 뜻은 아니다. 그럴 의도는 추호도 없다. 오히려 이번에 합의점을 찾아 통신·방송 융합이라는 큰 흐름에서 우리나라가 뒤지지 않도록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급속한 기술 발달로 통신과 방송의 결합이 불가피해진 상황에서 하루라도 빨리 세계시장을 선점해 보겠다는 기업들의 노력마저 각종 규제에 발목이 잡혀 있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그런 측면에서 현재 ‘방송통신구조개편위원회’를 비롯한 통합 규제기구 구성 얘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그것도 방송위가 관련 정책을 밀어붙이기 식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본다. 정책조정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뜻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통신과 방송 업계의 현안이라면 단연 IPTV 등 통신·방송 융합 서비스 관련 법·제도 정비와 통신·방송 융합 규제기구의 조속한 설립 등이라고 할 수 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기술 발전을 현행 법·제도가 못 따라가고 있어 산업적·문화적으로 뒤처지고 있다는 것에 두 기관이 모두 공감하고 있다. 통신·방송 융합 환경에 걸맞은 법·제도 얘기만 나오면 해결보다 갈등을 보이고 있는 형국이다. 또 통합 기구 설립이라는 원칙에는 공감하지만 구체적인 방법론에 들어가면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정책기관의 본성을 볼 때 막대한 영향력을 갖는 통신·방송 융합 분야 관련 정책을 주도하고 싶은 것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융합 서비스 정책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보다 서비스를 빨리 도입해 국민의 편익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이를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육성, 국가경쟁력을 높이자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두 기관은 이기주의를 버리고 국익을 도모하는 차원에서 허심탄회하게 산적한 난제를 풀고, 통신·방송 융합 관련 현안을 깨끗이 해결해 그동안의 우려와 잡음을 말끔히 종식시키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