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정부는 우리나라 미래 먹을거리 산업의 하나로 소프트웨어(SW)를 선택했다. 이와 관련, SW 발전전략 보고회에서 정보통신부는 IT839 전략을 수정해 SW를 집중 육성하고 2010년까지 53조원의 국내 시장 육성과 50억달러의 수출 달성을 정책 목표로 발표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도 앞으로 SW 분야에 적극적으로 국가적인 역량을 집중할 것을 당부하는 등 SW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다. 평균 수익률 40%와 함께 매년 10% 이상 성장하는 SW 분야의 육성을 이제야 역설하는 것은 늦은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정부가 SW의 육성을 천명한 것은 참으로 고무적인 일이다.
연초부터 마이크로소프트(MS) 진영과 자바 진영을 포함한 세계 최대 SW개발자 커뮤니티가 국내에 생기고 많은 SW 개발기업이 지난해에 비해 두 배 이상으로 향상된 수익률과 매출 목표를 세우는 등 정부 정책과 함께 국내 SW산업의 성장이 예측된다. 이런 현상을 종합해 볼 때 디지털 컨버전스의 핵이 되는 SW산업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자리잡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정부 정책과 기업의 노력은 SW 강국을 위한 필요조건에 지나지 않는다. 여타 산업이 그러하듯이 SW산업도 사용자가 5000억달러가 넘는 시장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끊임없이 변화하는 사용자의 요구에 의해 만들어지는 SW의 특성상 사용자 역할은 가히 절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SW 사용자의 의식과 역할은 SW 육성을 기대하기에 상당히 역부족임을 부정할 수 없다. 우선 사용자가 만드는 비판의 시각과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사용자의 입맛에 맞는 상품만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양질의 품질과 최선의 기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기업에 전달돼야 하는데도 아직도 공급자 위주의 설계와 개발 그리고 업그레이드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업은 이런 사용자의 목소리를 거북해 하고 사용자들은 아직 그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 실제 국내 SW산업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선 SW 선진국이 사용자 그룹을 중심으로 뼈아픈 소리를 경청하면서 성장한다는 사실을 하루속히 배워야 한다.
아울러 사용자는 SW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 SW는 크기나 모양보다는 사용 목적과 품질에 의해 가치와 가격이 결정돼야 한다. 품질 면에서 보면 ‘싼 게 비지떡’이라는 속담은 SW와 같은 지식 중심의 제품에 딱 들어맞는 말이다. 학교에서도 최저 입찰에 의해 SW를 구입했다가 제대로 사용도 못하고 폐기하면서 낭비한 SW 값과 직원들의 시간, 그보다도 업무가 전혀 진전되지 못한 피해 등을 경험하면서 ‘제값을 주고 제대로 된 SW를 구입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또 이미 개발된 SW의 원가가 아주 낮다고 주장하면서 불법 SW를 사용하거나, 유지보수비 지출에 지나치게 인색하다면 그 결과는 SW산업의 몰락으로 나타날 것이다. 이는 결국 양질의 SW를 찾을 수 없게 되는 부메랑 효과를 가져올 것이 뻔하다. 20%에 달하는 미국의 SW 유지보수요율과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것을 비교하면서 SW산업의 미래를 걱정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번을 기회로 SW를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정부부터 SW의 최저 입찰제도와 유지보수요율에 관한 제도를 하루속히 개선함으로써 진정한 SW 육성 의지를 표명하기 바란다.
SW산업은 단순히 하나의 산업으로서가 아니라 통신·금융·교육·문화 등 다른 산업과 컨버전스 작용을 한다는 점에서 고리와 같다. 따라서 SW산업의 육성은 모든 산업에서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도 필연적이다. 이제 정부의 정책과 기업의 의지가 새로운 장을 여는 2006년에는 사용자의 새로운 인식과 노력이 가세해 IT강국 코리아의 명성이 SW의 기반 위에서 더욱 공고해 지기를 기대한다.
◆정태명 성균관대학교 교수 tmchung@ece.skk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