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자원순환법 현실에 맞게 조정을

 환경부가 내년 7월 시행을 목표로 최근 입법 예고한 ‘전기전자제품 및 자동차의 자원순환에 관한 법률(자원순환법)’에 대해 전자업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고 한다. 유럽연합(EU)을 제외한 미국·일본 등이 산업전략적인 측면에서 환경규제 입법에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앞서가는 것은 업계에 부담만 가중시킨다며 시행하더라도 다소 늦춰줄 것을 주장하고 있다.

 자원순환법은 자동차와 전기전자제품의 재활용률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기 위해 부품의 일정 부분 이상 재활용하는 것을 의무화로 규정한 것이다. 또 이들 제품의 제조 단계에서 납·수은·카드뮴 등 유해물질 사용을 제한토록 하는 등 지금까지 가이드라인 수준이던 환경 관련 지침을 강제 인증으로 전환한 통합재활용법이라 할 수 있다. 한마디로 특정유해물질사용제한지침(RoHS)·폐전기전자제품 처리에 관한 지침(WEEE) 등 환경 관련 지침을 총망라해 규정할 정도로 환경규제를 강화하기 위한 법안이다.

 자동차나 전기전자제품을 재활용토록 하는 것은 자원의 효율적 사용뿐만 아니라 친환경적 제품 개발을 촉진함으로써 우리나라 산업구조를 환경친화적으로 전환하고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이견의 여지가 없다. 특히 이 법안은 재활용에 생산자가 참여하게 함으로써 폐기물의 근본적 감량화를 위해 설계 생산 단계부터 재활용성을 고려하게 만들어 장기적으로는 자원의 절약과 폐기물 처리에 드는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제조업자에게 출고 전 ‘재활용부과금’을 부담시킨 뒤 재활용 기술개발 등에 사용토록 하는 것은 일단 법 제정 취지에도 맞고 논리적인 타당성을 지닌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과 논리적인 타당성에도 불구하고 이 법안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부과금 대상 품목 동일화, 제품 가격상승 등 생활경제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재활용의 실제적인 효과 등이다. 우선 폐기 시 중고가격을 받을 수 있는 자동차와 폐기비용을 부담하는 전기전자제품의 특성을 무시한 채 동일하게 부과금을 내도록 규정한 것은 형평상 문제가 있다고 본다. 또 제품의 특성을 사전에 등록하도록 한 것도 문제지만 환경성 평가항목에 기업 비밀에 속하는 내용을 제시하게 하는 것은 창의성을 저해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전자업계가 반발하는 근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특히 재활용부과금은 원가에 압박을 가해 제조업체에 가격인상의 빌미를 주고 끝내 소비자 부담으로 떠넘기는 결과를 빚을 수밖에 없다. 이는 환경부가 재활용만을 고려했을 뿐 제품 원가와 생활경제 영향을 참작하지 않은 탓이다. 대상 품목인 자동차나 전기전자제품이 서민의 일상생활과 밀착된 것인만큼 생활경제의 측면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본다.

 물론 이 법안이 시행되려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내년 7월 시행되기 위해서는 우선 관계부처 간 협의가 매듭지어져야 하는데 관계부처의 반대의견이 만만치 않은 실정이어서 속단하기 어렵다. 아무리 좋은 취지라도 현실을 수용하지 못한 법이라면 실효성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자원순환법안은 전자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산업이 위축되지 않는 방향으로 조정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자원순환법 제정 목적이 재활용률을 높여 환경을 보전하면서도 전자업체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도 이제 환경경영이 기업의 책임이자 생존수단이 됐음을 인식해야 한다. 친환경경영의 혜택은 남보다 바로 기업에 돌아온다는 의식 아래 이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친환경적 기술 개발로 제품에 책임을 질 수 있는 환경경영을 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됐음을 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