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출연연의 연말 성과급

박희범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이 지난해 실적에 대한 성과급 지급 현황이나 계획에 대해 ‘쉬쉬’ 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연봉제를 실시중인 출연연의 연구 실적에 따른 기술료 수입 배분에 대해서는 모두 수긍하면서도 전 직원에게 똑같이 나눠주는 연간 성과급에 대해선 ‘색안경’을 끼고 보기 때문이다.

 명백한 규정에 따라 지급하더라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 기관 간 위화감이 조성되는 데다 ‘돈’을 번(기술 사업화) 실적만 따졌을 때는 대부분 출연연이 좋은 평점을 받기 어려운 속사정이 작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신년 초만 되면 각 출연기관이 머리를 쥐어짠다. 적당히 둘러댈 핑곗거리를 찾기 위해서다.

 연말 성과급 지급 내용이 각 출연연이 속해 있는 기초·산업·공공기술 이사회를 통과한 합당한 사안이더라도 속내가 이렇다 보니 예산 집행 내용에 대한 감사가 늘 ‘바늘에 실가듯’ 따라다니고 출연연은 인센티브 지급 내용이 알려지길 꺼린다.

 지난해 초 A기관은 2004년 실적에 따른 성과급 지급 사실을 공개했으나 연구회와 과학기술부로부터 무슨 예산으로 성과급을 줬는지 따지는 질책성 공세에 엄청나게 시달렸다. 얼마 안 되는 성과급을 받고 1년 내내 눈총을 받느니 차라리 올해는 지급을 안 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말로만 이공계 사기진작을 외치고, 일부만이 혜택을 누리는 연봉 1억원 시대 운운하기보다는 ‘신명나게’ 일하는 분위기 조성이 선행돼야 한다는 논리가 깔려 있다.

 B기관은 지난해 국감에서 출연연 가운데 연봉이 가장 ‘센’ 기관으로 평가받아 국회의원들의 입에 오르자 지난해 연구실적에 대한 성과급 지급 계획 자체를 공개하지 않는 등 철저히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 뒷말이 두려워서다.

 “새해 초가 되면 적게는 100만원에서 많게는 500만원 정도의 인센티브를 받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내 능력으로 밤낮없이 열심히 일한 대가로 인센티브 받는 것이 그렇게 잘못됐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C기관 행정업무 관계자의 이야기다.

 올해엔 정부와 출연연 모두 즐겁게 일하는 연구소, 인센티브 많이 주는 연구소, 경쟁력 있는 연구소를 만들기 위한 묘책을 짜보면 어떨까.

경제과학부=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