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콘텐츠포럼]컨버전스와 네오 인포메이션](https://img.etnews.com/photonews/0601/060113015928b.jpg)
현재 우리는 세계화된 경제와 지식기반 사회 그리고 정보화 기술의 발전을 기반으로 한 컨버전스 환경에 살고 있다. 이러한 생활의 중심에는 급속히 발전한 IT산업이 위치한다.
한국은행의 통계자료를 보더라도 IT산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2년 9.9%에서 최근 12.4%로 높아졌으며 전체 수출에서 IT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33.5%에서 38.4%로 증가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보기술 중심의 발전 이면에는 많은 사회·경제적 갈등은 물론이고 중장기 미래사회 발전으로 가는 데 적지 않은 장애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최근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IPTV 등 통신·방송 융합 과정에서 산업 간, 정책기구 간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 또 네트워크 인프라 중심에서 서비스 및 콘텐츠 중심 산업구조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갈등으로 비롯된 콘텐츠 유통구조의 취약성과 비효율성, 디지털저작권관리(DRM) 표준화 정책의 후진성, 모바일 등 디지털콘텐츠 시장의 해외 시장 발굴 부실과 국제 경쟁력 약화 등의 우려도 제기된다.
따라서 정보통신 기술 기반의 고도화된 사회와 미래사회 발전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며 우리 경제·사회 발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인지에 대해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
정보화 사회는 무한한 정보의 축적을 통해 다양한 기술이 서로 융합되는 토대를 마련해 줬으며 이러한 축적된 역량이 현재의 컨버전스 사회를 이끌고 있다. 세계의 정보화 기술을 이끄는 빌 게이츠, 니컬러스 네그로폰테 등과 같은 리더들은 우리가 새롭게 접하고 있는 변화가 ‘생각의 속도 실현’에 기반을 둔다고 이야기한다. 세계적 미래 경영학자인 대니얼 핑크는 이를 ‘창조적 감정이입자 중심의 개념의 시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러한 새로운 패러다임은 컨버전스와 ‘신정보화 시대’ 출현으로 볼 수 있으며, 그 중심에는 재창조적 콘텐츠 가치와 감정이입의 주체인 사용자 중심적 프로슈머가 있다고 하겠다.
최근 논의되는 다양한 혁신이론에서 특히 사용자 중심의 혁신이라는 관점이 눈길을 끈다. 우리나라는 네트워크 사회를 위한 인프라 구축뿐 아니라 인프라에 대한 접근성 면에서도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따라서 이후에는 인프라 구축망을 통해 개개인이 주고받고자 하는 콘텐츠의 개발과 유통이 요구될 것이다.
이러한 콘텐츠는 사용자가 직접 선택하며 사용자가 원치 않는 콘텐츠는 시장 경제의 원리에 따라 시장에서 배제된다. 따라서 사용자의 요구를 얼마나 잘 반영하는지가 매우 중요하며 미래에는 사용자의 역할이 더 확대돼 실제 기술 개발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사용자 중심의 사회가 될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통·방 융합과 콘텐츠 유통의 갈등 논의 또한 사용자와 참여자를 중심에 두고 이루어져야 한다.
과거에는 하이테크라는 기술적 매력 자체가 소비자를 끌어당겨 수요를 창출했지만 미래에는 하이테크 제품을 만든 회사의 브랜드 가치, 디자인, 사용자 간 공감대 형성, 감성적인 만족도 등이 제품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처럼 다른 사람과 공유 가능한, 즉 사용자들 간의 확산을 이룰 수 있는 공통된 목적과 의미를 발견하고 만들어 나가는 하이터치 개념의 신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사용자 중심적 콘텐츠 유통 인프라 및 환경 개선, 창조적 콘텐츠 육성에 필요한 산업적 신뢰구조 및 선순환 구조 구축이 매우 시급한 시점이다.
콘텐츠 창조자의 다원화, 역량 강화는 건전한 산업구조를 구축하고 문화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핵심 과제다. 향후 사용자 중심의 혁신, 하이터치 개념의 가치 창출을 위해서는 콘텐츠 창조자의 위상을 강화할 수 있는 문화산업 육성정책이 우선적으로 제시돼야 한다. 정부는 콘텐츠 창조자의 권리보호제도를 개선하고 시장 메커니즘을 보완할 수 있는 제도적 정비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황준석 서울대 기술정책대학원 교수 junhwang@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