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구경꾼의 탄생](https://img.etnews.com/photonews/0601/060113015620b.jpg)
바네사 R. 슈와르츠 지음. 노명우·박성일 옮김. 마티 펴냄. 1만4500원.
19세기 말 파리에서 대중문화가 형성되는 과정을 ‘구경꾼의 측면에서 조명한 책이다.
저자는 산책하는 구경꾼들을 통해 급속도로 퍼지는 ‘대로 문화’의 발달, 산보자들이 구경하는 것을 요약한 신문의 연재소설 및 잡보기사의 등장 등을 살펴 본다.
그는 오늘날 유럽의 유명 도시들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노천 카페가 대로에서 흥미로운 구경거리를 찾는 대로 문화의 전형이라고 말한다.
또 신원 미상의 시체를 확인하기 위해 당시 대부분의 유럽 도시에 등장했던 시체공시소가 파리에서 ‘모르그’라는 이름으로 대중적 구경거리가 된 현상도 분석한다.
또 밀랍인형 박물관이 등장해 당시 일어난 전쟁의 장면이나 인기있는 소설의 한 장면 등을 실제로 눈앞에서 일어난 일처럼 묘사함으로써 구경꾼들에게 세상을 들여다 보는 통로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저자는 1880∼1890년대에 파리는 물론 프랑스 전역에서 일어난 파노라마와 디오라마 열풍도 살폈다.
이와 함께 20세기 들어 영화가 탄생되는 배경도 설명한다. 서양에서 르네상스 이후 현실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데 기여해 온 투시도의 눈속임 효과가 대중문화 및 근대의 기술과 결합돼 영화로 발전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특히 저자는 영화가 현대의 대표적인 문화 형식 중 하나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시각적 쾌락을 즐기는 군중들이 있었다고 설파한다.
당시 파리의 모습은 사실적인 구경거리를 통해 일상생활을 뉴스처럼 소비한다는 점에서 현재와 비슷한 점이 많다.
오늘날 많은 대도시 시민들은 19세기말 파리 시민들처럼 온갖 구경거리에 도취돼 있으며 그것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은 학술서이면서 교양서의 성격도 띠고 있어 일반 독자들도 부담없이 읽을 만 하다. 문화나 영화 및 매체이론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정소영기자@전자신문, sy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