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특별취재팀 지음. 한스미디어 펴냄. 1만2000원.
빈부 차, 보수·혁신 간 대결, 지역색 등 오늘날 우리 사회를 사분오열시킨 갈등 요인에도 긍정적 요소는 얼마든지 있다. 온 국민을 도탄에 빠뜨린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태 속에서도 자정 능력에서 미래의 가능성을 찾는 국민성을 갖고 있지 않은가.
이래 저래 힘든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국민에게 위로가 될 만한 책이 나왔다. 취재기간 1년, 각계 최고의 인사들로 구성된 외부 필진 30여명, 100여명의 인터뷰와 사례 조사를 바탕으로 완성된 2005년 경향신문 연중기획 ‘한국의 힘’이 그것이다.
더욱이 이 책은 자판기에서 커피가 다 채워지기 전에 종이컵을 꺼내고 “자장면이 맛없는 건 용서해도 늦는 건 용서 못한다”는 한국인의 단점을 특유의 기질로 승화시켜 우리 국민만의 저돌성이자 힘으로 재조명한 특별 보고서이기에 도탄에 빠진 우리들에게 의미가 남다르다.
경제 규모 세계 12위, 식민지였다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유일한 나라, 사실 현재 한국의 모습은 가히 기적이다. 일본의 35년 압제와 6·25 전쟁, 분단 60년이라는 악조건을 딛고 이룩한 성과 치고는 정말 기적에 가깝다. ‘짝퉁’을 만들기에 급급하던 우리 손으로 반도체, LCD, 휴대폰 등 세계 초일류 제품을 만들고 있다. 세계가 한국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오늘날의 한국을 가능케 한 근원, 즉 ‘한국의 힘’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정치, 역사, 사회, 문화 등 온 영역에 걸쳐 두루 우리의 기질과 노력을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분석해 놓았을 뿐만 아니라 갖가지 기업 사례와 경제 현황을 통해 피상적인 ‘한국의 힘’이 아니라 실직적이고 살아있는 ‘한국의 힘’을 보여준다.
사실 우리는 오랫동안 우리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려왔다. ‘우리나라 사람은 안돼’라는 사고가 팽배해 있었다. 최근 ‘황우석 사태’에 대해서도 우리가 가진 총체적 문제점의 집합체로 여기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황우석 사태는 우리가 가진 ‘한국의 힘’의 진면목을 보여 준 사건이었다.
황우석 신화의 허울을 벗기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소장학자들에게서 우리의 오래된 저력인 권위 타파의식과 도전 정신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무수한 설전이 오고간 인터넷 댓글에서도 엿 보이듯이 치밀한 사후 조사를 가능케 한 우리의 논쟁과 토론의 힘도 찾아볼 수 있었다.
실제로 이 책의 저자들은 그동안 우리가 생각해온 부정적 의식이 실은 오늘날의 한국을 가능케 한 저력이라 주장한다. 대표적인 ‘빨리빨리’ 문화를 비롯해 깡다구 문화, 혈연 중심주의, 명품 선호 현상, 교육열 등은 세계 최고의 IT강국 한국을 만든 주인공들이라고 적었다. 또 이 책은 사계절, 한반도라는 지리적 조건, 반만년의 역사, 세계 유일의 쇠젓가락 사용 문화 같은 우리가 잊고 있거나 잘 모르는 ‘한국의 힘’에 대해서도 재조명했다.
한류, 반도체, 휴대폰 등으로 대표되는 세계 속에서 인정받는 한국의 위상과 현 주소도 낱낱이 보여 준다. 소니 전 회장인 이데이 노부유키로 하여금 “무서울 정도의 투자와 유연성을 앞세워 쫓아오는 한국에 당할 수가 없었다”고 고백하게 만든 한국의 힘, 우리 모두의 힘을 여실히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책이다.
명승욱기자@전자신문, swm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