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IT 부품·소재 정책 중복을 경계해야

 IT 부품·소재산업 육성은 제조업 경쟁력 강화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다. 당장 부품·소재산업의 기술력이 떨어지면 필요한 제품을 전량 수입해야 한다. 그럴 경우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특히 특허분쟁은 기본적으로 상대 기술이 우리보다 앞서 있을 때 발생한다. 한 번 특허분쟁에 휘말리면 로열티를 지급하거나 아니면 자체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데 단시일 안에 기술을 개발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현재 우리나라 부품·소재 분야 경쟁력은 외국에 비해 아직 열세다. 따라서 부품·소재 국산화는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시급한 일이다.

 정부가 이번에 IT 부품·소재산업 경쟁력을 강화키로 한 것은 그런 점에서 당연한 일이다. 최근 마쓰시타 등 PDP 패널업체에서 시작된 한·일 PDP업체 간 특허분쟁이 PDP 핵심소재 분야 등으로 확대되는 것도 그 원인이 소재 분야의 기술력이 일본에 뒤지기 때문이다. PDP 필터만 해도 국내 시장 규모가 올해 6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니 부품·소재 국산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 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하겠다.

 정보통신부는 오는 2010년까지 세계 3대 IT부품·소재 강국 진입을 위해 모두 6954억원을 단계적으로 투입하고 석·박사급 IT SoC 고급 설계인력 1000명 등 모두 6000여명의 IT 부품·소재 인력을 집중 양성할 방침이라고 한다. 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산하 기반기술연구소와 미래기술연구본부를 통합한 ‘IT융합부품연구소’를 활용해 IT시스템의 핵심이 되는 IT융합기술·IT선도부품 등 기초기술 원천연구에 주력하고, 와이브로 등 신규 서비스 조기 도입과 디지털 홈 등 IT839 시범사업 추진을 통해 시스템·부품 신규 시장을 창출키로 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1조5000억원의 수입대체 효과를 거두고 오는 2010년 생산 규모 160조원, 수출 650억달러, 56만개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우리나라 IT 부품산업은 IT 제조업 생산의 55%를 차지하고 IT 전체 수출의 45%를 담당하고 있다. 우리 수출주력 제품인 휴대폰은 내장형 LPD 모듈 등 핵심 부품을 해외에서 수입해 사용하고 있다. 만약 이를 대체할 수 있다면 엄청난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동안 정부는 이 같은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부품·소재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수립, 그 나름대로 상당한 성과를 거두어 왔다. 산업자원부는 부품·소재산업 육성에 정책을 집중해 왔다. 따라서 정통부와 산자부는 이번 IT 부품·소재산업 경쟁력 강화 정책이 서로 중복돼 혼선을 빚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같은 분야를 놓고 자칫 중복 투자하거나 정책 혼선을 가져올 경우 당초 정책 취지에 어긋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두 부처는 수시로 정책을 조율하고 협의해야 한다. 부품·소재 분야를 놓고 관할권 다툼을 한다는 인식을 주지 않아야 한다. 부품·소재산업의 경쟁력 향상이 중요한 것이다.

 현재 대다수 부품·소재업체는 영세하다. 정부도 대형화·전문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이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따라서 기존 정책을 추진하되 정부나 대기업 주도로 부품을 국산화해 중소기업에서 생산할 수 있는 제도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다음은 기초 과학분야의 전문인력 양성이 중요하다. 현재는 기초과학 분야를 기피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 유럽 등은 기초과학 부문의 인재양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부품·소재 국산화를 위해서는 기초과학 분야의 전문인력을 길러야 한다.

 또 모든 부품·소재 경쟁력을 일시에 강화한다는 것은 불가능한만큼 선택과 집중을 통해 우리가 앞설 수 있는 분야를 중점 육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