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를 맞아 각 공사·공단 등 공기업에서 새해 정보화 사업계획을 속속 공개하고 있다. 한 해 동안 각 기관의 정보화 사업을 미리 고지해줌으로써 관련 사업자들이 해당 프로젝트를 차분히 준비할 수 있게 한다. 특히 정보의 투명한 공개는 혹시 있을지도 모를 각종 비리를 방지하는 기능이 있다.
그런데 유독 한국도로공사만은 12일 현재 정보화 사업계획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본지의 취재 협조 요구에 도공의 주요 정보화 사업을 담당하는 스마트웨이사업단 관계자는 “꼭 그래야만 하는 이유가 있느냐”는 반응이다.
하지만 도공이 자료를 공개해야 할 ‘이유’는 있다. 임직원 5000여명에 올해만 6조247억원의 국민 세금을 정보화 등 각종 사업비로 집행하는 곳이 바로 도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공은 13조원의 부채를 짊어지고 있는 대표적인 부실 공기업으로 꼽히곤 한다.
실제로 도공은 작년 12월 기획예산처가 17개 공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고객만족도 평가에서 74점을 얻어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에 앞서 국가청렴위원회가 공공기관의 청렴도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도공은 7.65점을 획득, 352개 기관 중 꼴찌를 기록하는 불명예를 얻었다. 지난 국정감사 때는 11개 고속도로 휴게소와 9개 주요소의 운영권을 수년간 퇴직 사원에게 수의계약으로 넘긴 사실이 적발돼 공기업의 전형적인 도덕적 해이 사례로 지탄받았다.
특히 도공은 지능형교통정보시스템(ITS)과 자동통행료징수시스템(ETCS) 등 각종 정보화 프로젝트 사업자 선정과 관련, 여러 의혹과 송사에 휘말려 있는 상태다.
상황이 이렇자 지난달 23일 손학래 도공 사장은 전 임직원과 시민단체까지 참석시킨 가운데 분당 본사 대강당에서 ‘시민기업 선포식’을 열었다. 유비쿼터스 하이웨이 시대에 걸맞게 각종 계약과 인사의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며 ‘클린 컴퍼니’로의 재탄생을 약속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이번 취재거부 사태에서 알 수 있듯, 실상은 손 사장의 의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게 도공의 현주소다.
비리와 부패는 감추고 덮을 때 그 개연성이 커진다. 당당하면 국민 앞에 공개해야 한다. 떳떳하면 꺼릴 것이 없어야 한다. 무엇보다 정보의 공개와 그에 따른 피감은 국민 혈세로 운영되는 공기업 도공의 신성한 ‘의무’다.
컴퓨터산업부=류경동기자@전자신문, nina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