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반도체와 휴대폰을 포함한 IT부문의 무역흑자는 337억달러로 전체산업의 무역흑자 235억달러보다 100억달러 이상 많은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여전히 IT산업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수출 효자산업임을 입증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올해도 IT분야의 수출전망은 밝기만 하다. 특히 월드컵 특수로 인한 디지털TV·DMB폰 등의 수출증가가 예상되며, 휴대인터넷(WiBro)·DMB·인터넷TV(IPTV) 등 새로운 기술에 대한 투자 확대와 본격적인 서비스를 통해 IT강국 코리아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동안 하드웨어 부문에 편중되어 성장해온 국내 IT산업이 점차 해외시장에서의 원가경쟁 심화로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데 한계에 이르러 우리 경제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IT분야의 하드웨어 기술력과 상품가치를 고도화하는 동시에 적은 투자로도 고부가가치 생산과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차세대 국가대표 산업으로 SW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함은 자명한 일이라 할 것이다.
이에 정부는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를 뛰어 넘어 3만달러를 목표로 SW기반의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한 ‘u-IT839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3대 인프라스트럭처로 차세대 인터넷 주소체계인 ‘IPv6’ 대신에 ‘SW인프라’를 넣어 SW분야를 집중 육성한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SW산업을 전산업 분야에 걸친 기술혁신과 가치창출을 촉진하게 될 필수적인 생산요소로 인식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산업별 부가가치율 측면에서도 SW산업은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에 비해 시장 규모나 성장률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개도국의 새로운 벤치마킹 대상이 될 정도로 우수한 전자정부를 구축하고 IT839 전략을 추진하면서 SW개발·운용에 대한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러한 SW산업의 긍정적인 대내외 환경에도 불구하고 2004년도 우리나라의 SW불법복제율(46%·BSA)은 세계 평균(35%)보다도 훨씬 높아 성장잠재력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SW개발업체는 불법복제·유통으로 인해 매출이 줄다 보니 창의적인 고부가가치 SW를 개발하기 위한 R&D투자를 망설이고, 다국적 기업과의 규모의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국내 SW불법복제율을 10%만 낮춰도 2조원 이상의 IT산업 매출증가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IDC의 조사결과는 역으로 SW불법복제 폐해의 심각성을 일깨워 준다. 따라서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SW산업이 국민경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SW개발사와 이용자 간의 경쟁적 제로섬(zero-sum) 게임에서 벗어나 상생적 협력관계가 구축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다시 말해 SW를 통해 저작자와 이용자가 모두 합리적인 이익과 효용을 누릴 수 있는 공정한 이용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그동안 가격부담으로 인해 정품SW 구매를 미루고 불법복제SW를 사용해온 영세한 중소기업이나 일반 이용자들이 정품SW를 구매·사용할 수 있도록 SW 할인구매 특별행사 등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하고, 상대적으로 SW 관리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 등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SW 관리 인증 및 컨설팅 등을 통해 정품SW를 사용할 수 있는 저변을 계속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지난 2003년 대만과 2004년 싱가포르 정부에서 SW기업들에 제품홍보의 기회를 제공하고 SW이용자들에게 자발적인 정품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실시한 SW 할인구매 특별행사 프로그램은 우리가 참고할 만하다.
아울러 IT기술이 발전할수록 디지털 저작물의 불법복제가 용이해짐에 따라 오히려 새로운 IT기술 발전을 저해하는 역설적인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법·제도적 규범과 공정한 이용문화를 만들어가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함께 자라나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올해는 지난해의 ‘SW산업도약 원년’을 발판삼아 우리나라가 ‘IT강국에서 SW강국으로’ 힘차게 약진해 나가는 새로운 문화·산업적 전기가 마련되길 기대해 본다.
◆구영보 프로그램심의조정위원회 위원장 kooyb@pdmc.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