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유비쿼터스 시대 기업 양극화

지난해 국내 IT 산업 최대 이슈는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동하며 고화질 방송을 어디서나 수신할 수 있는 이 기술은 유비쿼터스 시대를 한 걸음 더 우리에게 다가오게 했다.

 유비쿼터스란 라틴어로 ‘신(神)은 어디에나 있다’는 의미다. 유비쿼터스 시대란 ‘신’ 의 자리를 ‘컴퓨터’가 대신해 ‘컴퓨터는 어디에나 있다’는 뜻으로 ‘언제 어디서든지 컴퓨팅을 할 수 있는 시대’를 뜻한다. 이에 따라 정보 입력매체와 저장매체, 정보 표시매체, 정보 교환을 위한 통신매체가 주요 디바이스로 군림한다.

 유비쿼터스 시대는 이동중에도 정보 교환과 저장·표시가 가능한 모바일 시대와 이동중에는 사용하지 않지만 어디서든지 원하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입수해 정보 제공처와 양방향으로 대화가 가능한 디지털 시대로 구분 가능하다. 어느 쪽이든 다양한 기능을 하나의 기기에서 모두 수행해야 하므로 기기의 융합은 필수적으로 수반된다.

 디지털 시대는 방송을 주요 매체로 하고 방송국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대화 형식으로 송수신 할 수 있는 세상이다. 한국을 비롯해 IT 강국들은 이미 디지털 방송을 시작했고 고화질 영상을 제공하기 위한 방송기술과 방송국, 시청자가 동시에 대화를 할 수 있고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양방향 프로그램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방송기술뿐 아니라 촬영 기술과 그래픽 기술 등도 급속히 개발되고 이런 콘텐츠를 소화할 수 있는 대화면의 디스플레이 개발도 완료, 시장 진입을 서두르고 있다.

 모바일 시대는 방송을 주요 통신 수단으로 하는 디지털 시대와는 달리 통신을 주요 정보 전달 매체로 사용한다. 통신 수단에 불과하던 휴대폰과 전자수첩의 역할을 수행하던 PDA의 기능이 융합하고 여기에 사진 촬영기능 등 다양한 기능이 부과되어 최근 모바일 기기는 급속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주변 기술과의 급속한 융합에 의해 제품화되고 있는 다양한 모바일 기기의 핵심 부품으로서 이미 모바일 디스플레이는 IT 산업의 필수 불가결한 제품으로 각인되고 있다. 많은 부품으로 구성되는 모바일 제품은 다양한 부품 산업과 소재 산업의 발달을 유도할 수 있고 이들 제품에 사용되는 다양한 소프트웨어·콘텐츠 개발을 촉진해 국가적 IT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향후 대만의 추격을 벗어나 일본을 추월할 수 있는 모바일 제품 개발은 IT 산업뿐만 아니라 한국의 전자 제품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모바일 제품의 가장 큰 부품인 모바일용 디스플레이 산업에 대한 정책 수립은 디스플레이를 포함, 다양한 부품·소재 산업을 지원할 수 있는 글로벌 정책으로서 한국 IT 산업의 주요 정책의 지표로 활용 가능하다. 현재 정부에서는 국내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준비하여 벤처 업체를 비롯해 중소기업과 대기업을 지원하고 있지만 산업 특성을 배제한 일괄적인 지원방식으로, 스피드와 다양성을 요구하는 IT 업계의 환경 변화 대응에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특히 현재의 수요기업 위주의 지원 방식은 자체 기술력을 보유한 중소벤처 기업의 연구개발 능력을 고사시키며 대기업 위주의 수직 계열화를 가속하는 양극화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더욱이 수요기업이 지정하면 기술을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자금력과 조직력, 대기업과의 거래 실적에 인해 쉽게 정부로부터 많은 연구개발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한국의 중소벤처 기업이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확고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실적위주의 수요기업 위주 정책에서 탈피해 정책의 사각 지대에 있는 기술 보유 중소벤처 기업이 대기업의 기술을 선도할 수 있는 지원 정책을 병행해야만 한다. 이러한 국가적 기술개발 체계는 기업의 양극화 현상을 해소할 수 있는 주요 요소로서 한국의 미래를 견인하는 혁신 정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충훈 모디스텍 대표이사 mdtyi@modistec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