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최근 IT839 전략을 일부 수정해 소프트웨어(SW)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다. SW가 국가적 차원에서 육성해야 할 산업이라는 점을 확인시켜 준 대목이다.
이미 정부 차원에서 대대적인 지원과 투자를 단행한 SW 분야가 있다. 바로 전자정부 사업이다. 하지만 정부가 전자정부 시스템 구축에 다년간 많은 비용을 투입했으나 국가 전체적으로 SW산업 육성에 실질적으로 도움은 주지 못했다.
그동안 전자정부 시스템은 한 번 개발해 사용되는 것으로 치부됐으며 전자정부 시스템 수출은 논의의 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현재 국제적인 상황을 고려하면 전자정부 시스템이 SW로 개발돼 수출 가능한 전략상품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응용SW의 국내 시장 규모는 세계 시장의 0.5∼1% 정도다. 반면 응용SW 업체는 세계시장에서 적어도 20∼30%의 시장점유율을 달성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기업용 응용SW 시장에서 전세계 시장점유율을 각각 7% 차지하던 J D 에드워드와 피플소프트가 오라클에 합병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매출액 면에서도 글로벌 SW업체는 연간 매출이 최소 1조원은 돼야 세계시장에서 살아남는다. 연매출이 1조5000억원에 달하던 세계적인 CRM 전문업체인 시벨도 최근 앞서 언급한 업체들처럼 타업체에 합병된 것을 보면 세계 응용SW 시장의 경쟁 상황을 대략적으로나마 짐작할 수 있다.
국내 응용SW산업으로 눈을 돌린다면 이 같은 규모를 충족시킬 수 있는 분야는 국내만 2조원 이상의 시장규모를 가진 전자정부밖에 없다. 결국 추진되는 전자정부 수출을 기회로 응용SW 산업을 강화시켜야 한다는 결론이다.
국내 SI업체들은 상당 기간 전자정부 시장을 독점 혹은 선점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I업체는 전자정부 사업을 새로운 상품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닌 인건비 따먹기 식의 사업으로 인식했다. 그 결과 SI업체 간 과당경쟁과 저가수주로 연결됐다. 이는 또 국내 응용SW 산업의 시장실패로 이어졌다.
이의 대안으로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것처럼 몇 개의 우수기업을 선정해 정책적으로 육성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이들 기업을 통해 전자정부 시스템을 SW로 개발하고, 개발된 SW를 해외에 수출해야 한다.
국내 응용SW 산업은 아직 경험이 풍부하거나 국제적으로 경쟁력이 높지 않다. 그렇다고 마냥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 전반적인 경험은 일천하지만 조달분야와 같이 UN, OECD 등과 같은 국제기구에서 세계적인 수준으로 인정받는 분야도 있다. 이러한 분야에서 우선적으로 SW로 개발, 해외에 제공한다면 승산은 있다.
여기에 필요한 SW개발 방법론의 습득, 인력 양성 및 브랜드의 문제는 이미 경험도 풍부하고 국제적으로 신뢰도가 높은 선진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물론 전자정부 구현에 있어 단순히 외국 SW를 구매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국가 간 민감한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국가 간 이해관계를 고려한 전자정부SW 개발과 국제협력모델은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외국의 선진 응용SW 업체들과 핵심 컴포넌트 및 SW개발 방법론은 공유한다. 둘째, 국내 기업은 지금까지 전자정부 구현 경험을 살려 전체적인 프로세스를 관리하고 추가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한다. 셋째, 후발 개도국의 기업은 SI 형태로 시스템 구축에 참여해 자국의 산업을 육성하도록 지원한다.
이 같은 방법을 통해 전자정부 수출과 관련한 국제관계도 윈윈 모델로 이끌어갈 수 있다. 수조원이 투입된 전자정부사업을 응용SW산업과 연계, 연 매출 1조원의 응용SW 기업을 만드는 것이 결코 꿈은 아닐 것이다.
◆김은 서울디지털대학교 교수 ekim_sdu@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