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덕특구의 하루는 25시다.’
역초광대역무선통신(UWB)에 쓰이는 프로토콜을 개발중인 대덕특구 벤처 넷커스터마이즈(http://www.netcus.com) 안명수 대표의 말이다.
대덕특구 한 복판인 대덕대학 대전SW지원센터 5층에서 허름한 방 3개(40평)를 실험실과 개발실로 나눠 쓰고 있는 넷커스터마이즈는 전체 직원이라고 해봤자 안 대표를 포함해 모두 10명이다. 그러나 규모가 작다고 기술력도 ‘그저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판이다. 들여다보면 대덕특구의 저력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KAIST에서 석·박사를 하고 삼성종합기술원에서 잔뼈가 굵은 안 대표를 비롯한 삼성 등 대기업 출신이 모두 R&D를 책임지고 있다. 주 고객은 ETRI와 KT, 국방과학연구소(ADD) 등이다. 임베디드 SW와 군체계 전략 시뮬레이터 개발에 관한 한 국내 최고 기술력을 자랑한다. 임베디드 솔루션 분야의 세계적 기업 반열에 오르는 것이 장기적인 기업 목표다.
“출근시간은 무조건 9시다. 일의 특성상 동시에 업무를 시작해야 효율이 높다는 안 대표의 판단 때문이다. 보통 오후 9∼10시는 되어야 직원들이 자리를 뜬다. 새벽 2∼3시를 넘길 때도 다반사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R&D 및 기술 사업화에 매달리고 있는 넷커스터마이즈 황도성 부장의 이 한마디에서 벤처 성공에 대한 직원들의 열의가 엿보인다.
이 같이 하루를 ‘25시’로 사는 대덕연구개발특구 벤처기업은 줄잡아 500여개다. 수치상으로는 824개다. 경기하락 등 여파로 대덕특구에도 많은 벤처가 사실상 문을 닫았지만 나머지는 여전히 건재하다.
벤처기업 종사자 2000∼3000여명은 국가 R&D를 책임지고 있던 출연연구기관이나 국내 굴지의 민간연구소 출신들로 채워져 있다.
기술력이 있기에 조만간 나스닥 상장 벤처기업이 나올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을 정도로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륙준비는 모두 끝났다. 올해 안에 시스템이 갖춰진다면 비상하는 것은 시간 문제다.”
대덕연구개발특구 지원본부 송낙경 기술사업화 단장의 자신감 있는 한마디다.
지난해 기술 사업화의 전략 요충지로 지정받은 대덕연구개발 특구는 전국 11개 시·도 10개 지역에 조성할 혁신도시 전체 규모보다 더 큰 2130만평 규모로 추진되고 있다.
기존의 대덕연구단지 840만평에 한화와 대전시 등이 제3섹터 방식으로 개발한 대덕테크노밸리 129만평 그리고 지방공단이던 3·4공단 95만평과 향후 개발 예정지로 지정된 유성구 및 대덕구 일원 8개 지구 886만평, 국방과학연구소(ADD) 200만평 등이 한국과학기술사업화의 허브로 거듭나기 위해 ‘몸부림’ 치고 있다.
대덕특구는 지리적으로도 명당이다. 경부고속도로와 경부고속전철을 중심으로 수도권에서 1시간 이내 , 전국적으로도 2시간 이내 거리인 국토의 중심이자 세계로 뻗어갈 전략적 요충지다.
특히 대덕특구에 포진해 있는 19개의 정보통신·생명과학·기계항공·에너지 자원·신소재 고분자·정밀화학·표준기초 등 분야의 정부출연연구기관은 기술 사업화를 위한 마르지 않는 ‘샘’ 역할을 하고 있다.
30여년간 정부가 특구의 기반시설 조성을 위해 쏟아부은 18조원의 예산을 포함해 R&D 비용으로 40조원 가량이 투입됐다. 지금도 매년 3조원 이상의 R&D 비용이 투입되고 있다.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지적재산권만도 국내 특허 1만9787건, 해외 특허 5597건이나 된다.
또 18개 창업보육센터에 287개 기업이 입주해 있으며, 국내 박사 인력의 10%인 5800여명의 박사학위 소지자를 포함해 2만2400여명의 고급인력이 R&D업무에 종사하는 등 고급두뇌의 저수조 역할을 하고 있다.
대덕특구 벤처기업 500여개가 지난해 올린 매출 규모는 총 3조6000억원 가량이다. 3·4단지 내 기업 256곳과 대덕테크노밸리 내 기업 60곳 등 316곳의 매출규모만 총 2조원이 넘는다. 또 이들 두 군데서 올린 수출 계약고는 3억970만달러에 달한다.
코스닥 기업은 블루코드테크놀러지와 인바이오넷을 비롯한 13개사가 상장돼 있다. 올해는 6∼7개 기업이 코스닥에 상장될 전망이다.
대전 3·4산업단지관리공단 조성대 총무팀장은 “매년 수백 개의 첨단 신기술이 쏟아지고 있는 대덕특구야말로 신기술의 보고이자 한국 과학기술의 메카”라고 강조한다.
대덕특구는 오는 2010년까지 연구소 기업 창업 및 연구원·교수 창업 등을 통해 총 1500개의 벤처를 육성할 계획이다. 또 연간 매출액 목표는 12조원, 연간 해외 특허등록 5000건, 외국 연구기관은 모두 8개를 유치할 계획이다.
최근 현안인 3·4단지의 관리 문제도 특구본부가 위탁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혀 가고 있다. 대덕특구는 관리기본 계획이 나오는 대로 3·4단지를 정비해 새 출발할 계획이다.
대덕특구본부 투자협력팀 서준석 PM은 “이제 시작 단계여서 기존 제조업을 제외한 매출은 큰 편이 아니지만 조만간 나스닥 상장 기업이 나올 정도로 급성장할 것”이라며 “대덕특구는 국가 차원의 산·학·연 혁신 클러스터의 모델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덕특구 올해 무슨 사업하나
10년 내 세계 5대 혁신 클러스터로의 도약을 기치로 내건 대덕연구개발 특구 지원본부(이사장 박인철)는 올해 총 250억원의 예산을 집행한다.
대표적인 사업은 크게 △특구 연구개발 사업 83억원 △성과 사업화 및 경영지원 사업 97억원 △교육 및 인력 양성사업 12억원 △국제화 지원 6억원 등이다.
특구 연구개발 사업은 대덕의 강점으로 꼽을 수 있는 사업화 가능 기술 선정과 수요에 기초를 둔 시장 지향형 연구개발로 제품화 및 마케팅을 연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난해 선정한 산·학·연 협동과제 5개에 올해 총 34억원을 지원한다.
기술사업화 및 경영 지원을 위해 특구본부는 NT·BT·RT 3대 전략산업 분야의 비즈니스 허브센터 구축에 60억원의 예산을 배정할 계획이다. 또 전세계 특허를 검색·분석할 수 있는 툴을 일괄 구매해 정보를 제공하는 특허정보활용 촉진사업에 9000만원, 교육 및 인력양성 분야에 3억원 등을 배정했다. 이 외에도 출연연 보유기술 설명회와 해외 투자 로드쇼, 우수 기술을 평가하고 알선하는 ‘대덕 커넥트 프로그램’ 운용 등을 기획중이다.
교육 및 인력 양성사업 분야에서는 CEO 혁신교육과 맞춤형 인력양성 사업, 벤처 창업 및 연구소기업 창업 교육 등에 12억원을 투입한다.
또 국제화 지원 부문에서는 해외 클러스터 간 교류협력 사업과 국제기술혁신 포럼 등을 개최한다.
이 외에 대덕특구 펀드 조성도 추진한다. 과학기술진흥기금에서 200억원을 지원받아 상반기에 펀드 운용에 착수할 계획이다.
◆기고-박인철 대덕연구개발특구 지원본부 이사장 inchulp@ddinnopolis.or.kr
지난해 9월 대덕특구가 발족한 이래 각 지자체는 물론이고 국가 차원에서 ‘혁신클러스터, 혁신도시’ 추진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지역경제의 새로운 발전 축으로, 국가의 균형발전 차원에서 새해 벽두부터 전국이 각각의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혁신’이라는 화려한 변신에 몰두하고 있다.
‘연구개발 견인형 글로벌 혁신클러스터’로 전국 혁신클러스터의 정점에 서 있는 대덕연구개발특구에 있어서도 2006년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 한 해다. 대덕의 잠재된 역량을 집중시키고 대내외적 성과를 일궈내기 위한 실질적 사업들이 시작되고 뿌리를 내리게 될 것이다.
이 중 대덕특구의 역점사업은 단연 기술사업화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대덕특구의 풍부한 기술역량을 엮어 상업적 성과를 도출하기 위한 프로젝트가 추진된다. 각 기관의 기술이전 조직의 운영 및 첨단기술 거래시장을 활성화시키고 대덕이 자랑하는 지식재산권의 관리도 강화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각 정부출연 연구기관이 준비중인 연구소기업의 설립을 촉진, 지원해 공공 연구성과 사업화의 표본을 도출할 계획이다. 첨단기술 기업의 창업을 촉진할 종합적인 프로그램도 시행된다.
물론 기술사업화, 상용화의 밑거름이 될 금융이나 마케팅 지원 등 벤처생태계 조성 사업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다.
국내외 벤처투자 기금의 특구 유입을 위한 강력한 처방전이 계획돼 있으며 대덕특구 첨단기업 등을 위한 대덕 벤처투자 펀드도 올해 상반기에 500억원 규모로 조성돼 운용된다.
대덕특구의 기술연계 금융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산업은행·기술보증기금 등 지원기관 및 금융권과의 협력체제를 마련한 데 이어 올해는 기술력 높은 기업에 대한 기술담보 대출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중소벤처기업의 최대 애로사항인 마케팅 및 시장개척 등 경영전반의 서비스도 활성화해 나간다. 또한 대덕의 성과 확산을 위한 타 지역과의 네트워크 및 글로벌화를 위한 선진 클러스터와의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에도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이러한 사업들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대덕특구 산학연의 적극적 참여가 필수요소며 최근 기술사업화에 대한 특구 내 산학연 의지가 어느 때보다 높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올해는 혁신클러스터의 개념을 바탕으로 산학연의 교류와 협력을 통해 대덕특구 연구기관 및 대학에서 산출된 연구개발 성과를 사업화해 첨단기업을 지속적으로 창출하고 기업의 성과를 연구개발로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는 원년이 될 것이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