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핵심기술 보안의식 필요하다

 첨단기술 수준이 국가 또는 기업 간 경쟁우위를 가늠하는 잣대가 된 지 오래다. 기술경쟁 시대인 까닭이다. 첨단 분야일수록 기업과 국가 간에 기술경쟁이 치열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우리가 기술력을 자랑하는 박막액정디스플레이(TFT LCD)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는 이 분야에서 일본·대만 등과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다.

 최근 이 분야에서 첨단기술 유출 시도가 있었으나 사전에 국가정보원과 검찰이 적발해 막았다고 한다. 해당 기업체는 말할 것도 없고 국가적으로도 큰 피해를 볼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는데 이를 사전에 막았다니 정말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에 기술 유출을 시도했던 공정은 모두 2620억원이 투입된 기술이다. 만약 이 기술이 유출됐더라면 1조원이 넘는 해를 입었을 것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이 기술 유출을 사전에 적발함으로써 1조원의 피해를 예방한 셈이다. 이번 사건을 보더라도 기업과 국가가 핵심 기술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 경우 엄청난 경제적 피해를 볼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개인과 기업, 국가가 삼위일체가 돼 철저한 보안의식을 습관화해야 할 것이다. 모두 첨단기술 유출을 막는 파수꾼이 돼야 한다. 그렇게 해야 이번과 같은 사건이 더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국정원과 검찰 등은 지난해 1월 삼성전자 퇴직연구원들이 현직 TFT LCD 생산 인력 및 기술을 빼내 중국 등에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후 해외에서 이를 확인해 이들은 적발했다고 한다. 적발된 이들은 중국 선전에 1만5000평 규모의 TFT LCD 컬러필터 제조공장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국내 업체 공정별 전·현직 핵심연구원 12명에게 연봉을 미끼로 스카우트를 제의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중국 측에서 투자를 받아 공장을 설립하고 필요인력은 국내에서 조직적으로 포섭하다가 적발됐다.

 이번 사건은 세계최고 수준인 TFT LCD 핵심 인력 및 생산기술을 밖으로 빼내 중국에 새로운 공장 설립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국내 업체들이 거듭 기술보안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한다. 현행 기술 보안 시스템을 점검하고 연구인력들이 기술 보안의식을 생활화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특히 기술인력들이 외부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연구환경을 대폭 개선해 이들이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TFT LCD 컬러필터에서 6억달러에 이르는 매출을 올렸다고 한다. 이 분야는 매년 20% 이상 매출이 급성장하고 있어 만의 하나 이번에 기술이 유출됐다면 앞으로 5년간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개발도상국의 기술추격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도 그중 하나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첨단기술 분야의 보안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이번에 기술유출을 막는 데는 국정원과 검찰 측의 노력이 절대적이었다고 한다. 국정원 등은 지난해에도 29건에 피해예방액 35조5000억원에 달하는 산업스파이 사건을 적발했다고 한다. 실로 엄청난 액수다. 기술이 그대로 유출됐더라면 우리 경제는 그만큼 타격을 받았을 것이다.

 우리가 막대한 연구비와 인력을 투입해 애써 개발한 첨단기술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결과적으로 우리의 미래 먹을거리를 남에게 내주는 일과 다를 게 없다. 더욱이 첨단기술 유출수법은 갈수록 치밀해지고 다양해지고 있다. 첨단기술 유출을 막는 것은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다. 그것은 또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앞당기는 길이다. 개인도 이제는 사욕에 눈이 어두워 국가 경쟁력을 저해하는 기술유출 같은 사건에 연루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번 기술 유출 미수 사건은 우리한테 거듭 예방이 최선임을 일깨워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