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보육센터(BI:Business Incubator)의 효시는 1983년 독일의 베를린공대에 14개 기업을 입주시켜 보육한 것이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독일의 BI는 약 400개며, 입주기업은 1만4000개이고 9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정부가 중소혁신기업을 발굴·보육해 경제활성화를 견인하고 고용창출을 극대화하기 위해 98년부터 BI의 건립 지원에 나섰다. 부족한 재정지원과 일천한 역사임에도 불구하고 전국의 BI는 총 320개로 입주 업체 수는 약 4000개, 고용인원은 2만명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 시점에서 창업보육사업을 한차원 높이고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정책과 실무적 과제를 개선하고 혁신할 것을 제안한다.
우선 창업보육사업을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BI 지원사업은 중소기업청을 비롯해 과학기술부·산업자원부·문화관광부·정보통신부 등이 정책 조율 없이 경쟁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유사하고 중복된 프로그램을 양산해 비효율성이 야기되고 있다. 다행히도 지난해 10월 ‘창업보육사업 효율성 제고방안’이 확정되어 중기청 주도로 일원화된 창업보육사업을 전담지원하고 대학종합평가시 창업지원 실적을 반영키로 한 정책에 대하여 일선센터장의 한 사람으로서 환영하며 기대 또한 크다.
차제에 중소기업청을 ‘중소기업부’ 또는 ‘중소기업지원부’로 승격해 확대 개편하고 BI가 고용없는 성장시대에 일자리 창출과 서민경제 활성화의 산실로 위상을 제고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공간제공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기능 중심으로 전환도 요구된다. 우리나라 창업보육사업은 물리적 시설 위주의 양적확대에 중점을 두어왔다. 그 결과 보육센터의 지원 서비스가 공간 및 기자재 등 하드웨어에 집중되어 왔으나 이제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기술과 경영, 자금지원 등의 소프트웨어 기능과 산·학·연 네트워크 강화로 균형적인 발전을 도모할 시점이다.
물론 중기청이 마련한 지원사업 프로그램이 170여개로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으나 수혜 폭이 미흡하므로 입주기업이나 졸업기업이 용이하게 액세스할 수 있고 규제를 대폭 완화한, 수요자 중심의 예측 가능하고 실행력 있는 프로그램으로 재정비해야 한다.
BI의 전문화와 특성화도 강조될 필요가 있다. 현존 BI들은 대부분 유사한 목표를 두고 포괄적인 범위에 속하는 기업들을 입주시켜 운영하므로 산업별·업종별 차별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제는 각 BI가 소속대학의 특성화나 지역특화산업을 감안하고 종합적인 SWOT분석을 통해서 구조조정을 과감히 실시하고 ‘선택과 집중’의 마케팅 전략을 도입하고 실천할 때다.
BI 특성화의 출발점과 종점은 공실률에 관계없이 잠재력 있는 혁신중소기업이나 예비창업자의 입주심사를 엄격히 하여 적격업체를 선정 및 보육하고 맞춤식으로 특화된 센터를 공세적으로 홍보하는 것이다. 또 이탈리아 경제학자인 파레토가 주창한 20 대 80 법칙을 대안으로 적용해 운영할 것을 제안한다.
입주기업·BI·중소기업청은 창업보육사업의 트로이카로서 운명을 같이하는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고 수평구조를 유지하는, 항상 협력하는 시스템이어야 한다. BI의 진정한 역할은 공익과 국익을 위해 유망 중소기업들의 ‘숨어 있는 1인치’를 찾아내주고 ‘부족한 2%’를 채워주는 일이다.
성숙기에 진입하고 재도약하기 위하여 우리 BI들도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 방향을 바로 잡고 새로운 차세대 한국경제의 성장동력이 될 생명공학(BT)·정보기술(IT)·나노기술(NT) 등으로 특화하고 보육에 열정을 쏟아야 한다.
지난해 10월 스톡홀름과 스웨덴의 관문인 알란다 국제공항 사이에 위치한 ‘시스타 사이언스시티’를 방문한 적이 있다. 산업과 연구기능의 집적지로 자리잡은 이곳을 모델로 우리나라 BI들이 새로운 시각과 새로운 방법으로 혁신하기를 병술년 새해에 기원한다.
◇고명규 서울창업보육센터협의회장 mgko@baewh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