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IT로 우뚝 서자](https://img.etnews.com/photonews/0601/060123015603b.jpg)
우리나라의 현재 모습을 눈사람에 비유하곤 한다. 신자유주의가 초래한 경제 양극화의 안타까운 현실을 도형으로 표현할 때다. 중산층이 튼튼한 ‘항아리’형이나 저소득층이 많은 일반적인 피라미드형과 달리, 머리와 몸통이 철저히 분리된 눈사람의 모습은 하나 아닌 둘이라는 데 그 문제가 있다. 아니, 빈부와 학벌조차 세습되고 있다는 지적처럼 한번 몸통은 영원히 머리가 못 된다는 것이 더욱 큰 문제리라.
보수와 진보 간의 극한 이념대립은 논외로 치더라도, 다양한 양극은 우리 사회 전역에 존재하면서 갈등과 분열의 원인이 되고 있다. 있는 자와 없는 자, 저 출산과 고령화, 서울과 지방, 유명백화점과 재래시장,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은 다 눈사람이다. 대통령이 신년연설의 주제로 삼고 전 국민에게 함께 지혜를 모으자고 호소할 정도로 중요한 문제치고는 아직은 정부 각 부처의 구체적 대안들이 미흡해서 더욱 안타깝다.
IT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수출과 내수, 대기업과 중소기업, 제조업과 서비스업,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불균형은 심각한 수준이라 봐야 한다. IT의 GDP기여도는 15%에 육박할 정도로 성장했지만 아직도 반도체·메모리·이동전화 단말기 등 소수 품목의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것도 기형적인 눈사람 구조로 이해된다. ‘이러다가 작은 IT머리에 이상이 생겨 몸통이 쓰러지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도 존재한다. IT산업의 GDP기여도가 이미 30% 이상임을 감안하면 IT의 졸도는 곧 우리 경제와 국가시스템의 비상 국면을 의미하는 까닭에 더욱 그렇다.
양극화를 극복할 수 있는 비결은 무얼까. 첫째, 생각을 바꾸자. 여러 국정현안 중 하나가 양극화라는 인식 수준이라면 안 된다. 위에서는 ‘분배를 통한 국민통합’이라고 외치는데 밑에서는 ‘그래도 성장 우선’인 듯한 정책의 엇박자도 이제 조율할 때가 됐다. 중요한 점은 소프트웨어·벤처·일자리 등의 단어를 IT정책의 ‘조미료’쯤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단어들이 바로 선택과 집중의 핵심이요, IT양극화 문제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둘째, 근본적인 대안을 찾자. 멋스럽게 포장된 정책이나 숫자에 연연하는 단기적 성과평가보다는 기초를 다지는 정책 개발을 위해 지혜를 모을 때다. 뒤늦은 감이 없지는 않지만 수요 중심의 정보통신 시장창출, 우수 IT인력배양과 청년취업난 해소,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생태계 조성, 소프트웨어 제값받기 환경구축과 수출력 강화 등 최근 발표되고 있는 IT839전략의 보완책들에 대해 기대하는 바 크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실효성 있는 전략이 수립돼 ‘참’ 효과가 나타나기 바란다.
셋째, 미래를 설계하자. 양극화가 없는 이상적인 미래 국가상을 미리 그려야 한다. 최소한 2020년 이후의 가정·학교·교통·직장·의료시설·농촌·정부의 모습을 그린 후 이를 현실화할 수 있는 대안들을 기술개발·경제시스템·거주환경·생활문화·정보인권·복지제도·국토활용 등 다양한 시각에서 준비해 나가야 한다. 국가 차원의 미래설계기관 설립도 필요하다. ‘u코리아’라는 기술지향적 로드맵과 함께 ‘h(해피)코리아’의 청사진으로 밝힐 때 더불어 사는 행복국가의 건설이 가능하리라는 생각도 든다. ‘따뜻한 디지털세상’도 좋지만 ‘디지털로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비결을 찾자는 말이다.
어린 시절 겨울이 오면 함박눈이 좋았다. 눈싸움을 즐기고 눈사람도 만들곤 했다. 그런데 바로 이 눈사람 모습이 문제란다. 그렇다고 해서 머리부분을 없애겠다는 혁명적 발상은 위험하다. 몸통 크기만큼 머리를 키우는 것도 20%가 나머지 80%를 지배하는 파레토 법칙의 순리와 거리가 멀다. 그렇다면 양극이 만나 화합하고 웃는 한 마음 한 몸의 모습은 과연 무얼까. 바로 오뚝이 모습이리라. 그렇다. 우리 모두 IT 분야의 일자리를 만들고, 중소기업들을 중견기업으로 키우고, 소프트웨어산업을 일구고,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에 대비하는 등, 머리와 몸이 분리된 곳에 두툼하게 살을 붙여 눈사람을 귀엽고 토실토실한 오뚝이 모양으로 바꾸자. 중국과 일본이 위협하고, 미국과 유럽이 부딪쳐 와도 쓰러지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오뚝이 말이다.
이주헌(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johnhlee@kis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