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는 전문가(專門家)의 시대라고 한다. 전문가는 기술이 발전하고 업종이 분화되면서 생긴 용어라 할 수 있다. 좀더 적확하게 표현하자면 어느 한 가지 일을 전문으로 하거나, 어느 한 분야에 탁월한 지식과 식견 및 기술을 가진 사람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아주 먼 고대에도 이 같은 전문가가 많았음은 불문가지(不問可知)다. 예로부터 금 세공기술자나 도자기공 같은 사람들은 대표적인 전문가 그룹에 속했다. 종이나 화포를 만드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래서 이런 사람들을 ‘장이’ 혹은 ‘장인’이라 불렀다.
장인은 스스로 최선을 추구하는 것에서 만족을 찾는다. 여기서 장인은 자신의 작업 속에서 전문적인 기능과 품성을 갖춘 개인적인 측면뿐 아니라, 장인정신이 사회적으로 확대돼 공동체 속에서 철저한 직업윤리를 실천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따라서 물건을 생산할 때 기법 수준을 스스로 속이거나 공법에 어긋날 경우 장인정신을 어기는 것으로 보았다.
장인은 그래서 현대적인 의미에서 전문가를 뜻한다고 할 수 있다. 개념이 다소 포괄적으로 쓰이고는 있지만 전문가는 그런 의미에서 아직도 사회 곳곳에서 존경을 받고 있다.
“통신전문가요? 통신전문가란 게 도대체 뭐죠?”
얼마 전 통신업계의 한 외자 측 CEO는 통신전문가가 내부에 없다는 지적에 대해 이렇게 질문을 되돌려줬다. 그간의 언행으로 미뤄보면 그의 말은 전문가란 게 별거냐는 식이다. 그동안 전문가란 사람들이 어떻게 회사를 이끌어왔고, 이 지경까지 왔는지 모르겠다는 은근한 불만일 수 있다. 반면 어떻게든 돈 되게 만들어 제때에 팔면 그게 전문가가 아니냐는 자신감의 발로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의 이 같은 사고는 흔히 얘기하는 시대정신과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통신은 업종의 특성이 특히 강하다. 다시 말하면 그만큼 산업의 특성이 복잡다단하다는 것이다. 민영기업이기는 하지만 다소 공익적인 성격도 띠고 있다. 그래서 일정부분 정부의 규제를 받고 있다.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이다. 이쪽 특성을 고루 잘 아는 전문가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단타매매하듯 간단히 인수합병(M&A)할 사안이 아니라는 얘기다. M&A의 귀재라고 하는 그에게 전문가의 어원적 의미를 돌려주고 싶다.
IT산업부·박승정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