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나란히 구로디지털단지로 본사를 옮긴 e비즈 업체 두 곳을 취재한 적이 있다. 세부 업종이 달라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지난 5년 동안 두 업체의 이력이 상반돼 사뭇 흥미로웠다.
A사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걱정거리가 별로 없는 기업이었다. 무역자동화 협력업체로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갖고 있었고 별다른 리스크가 없었기 때문에 그냥 관리만 해도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었다. 이에 반해 B2B시장에 뛰어든 B사는 5년 전만 해도 존립여부가 불투명했다. 거래가 일어나지 않아 수익을 내지 못했고 자금순환도 어려웠다. 집이고 뭐고 모두 담보로 잡혔다. B사 사장은 한때 극단적인 마음까지 먹은 적도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5년이 지난 지금 두 업체의 운명은 완전히 엇갈렸다. A사는 몇 년째 매출액이 40억원대에 머무르며 성장에 정체됐지만 B사는 초기 수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이 올해는 25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특히 B사가 올해 내다보는 순익규모는 A사의 지난해 매출과 맞먹는 수준이다.
A사 매출의 10분의 1밖에 못 올리던 B사가 5년이 지난 후 A사의 5배가 넘는 매출을 올리게 된 비결은 무엇일까. A사가 5년 전에 비해 한치도 더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변화에 대한 태도가 운명을 갈랐다는 결론을 조심스레 내려본다. A기업은 안주했고, 그러다 보니 조직에 활기가 사라졌고, 서비스 질이 낮아지기 시작했다. 그나마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아이템을 확보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그야말로 생존 자체가 어려웠을지 모른다. B기업은 살기 위해 어떻게든 변화해야 했고, 아이디어를 짜냈고, 발이 닳도록 뛰었다. 그러다 보니 남들이 해보지 않았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 큰 인기를 끌었고 이것이 매출로 이어졌다.
하지만 현재가 미래를 담보해 주지는 않는다. A기업이 노력하면 언제든 B기업이 될 수 있고 B기업이 안주하면 언제든 A기업 처지가 될 수 있다. 다행히 A기업은 지금 변신중이다. 지난해 신임 사장이 오면서 조직 분위기를 바꾸고 장기 비전 수립에도 나섰다. B기업 사장도 혹시나 현재 성공에 안주할까봐 늘 긴장하는 마음으로 지낸다고 한다. 5년 후에는 두 업체 모두 성공기업 반열에 들어 있기를 바란다.
조인혜기자@전자신문, ih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