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부산에서는 주식시장 개장 50주년과 증권선물거래소(KRX) 출범 1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경제계 인사가 대거 참석했고 대통령도 축하메시지를 보내 ‘잔칫날’을 빛냈다.
이를 반기듯 최근 악몽의 시간을 보냈던 주식시장은 이틀 연속 반등했다. 9·11테러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던 코스닥도 지난 23일 ‘블랙먼데이’ 충격에서 벗어나는 모습이었다.
기념식을 하루 앞둔 지난 24일. 이날 오후 실적을 발표하려던 A사의 경영설명회가 취소됐다. 상장사의 설명회가 행사 당일 취소된 것은 이례적인 일.
사정은 이렇다. A사에는 지난 일주일간의 증시 폭락 과정에서 일부 자제력을 잃은 투자자들의 항의전화가 빗발쳤다. “내 돈, 다 날아갔다”며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전화는 빼고라도 “행사장을 찾아와 불 지르고 다 죽여버리겠다”며 ‘제삿날’을 경고하는 협박성 전화가 난무했다.
결국 A사는 정상적인 행사 진행이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부득이하게 행사를 취소키로 했다. 합리적인 투자와는 담을 쌓은 개인투자자들의 현 주소가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들만을 비난할 수는 없다. 이유야 어찌됐든 투자자로서는 장밋빛 전망만 가득찼던 시장이 한순간에 ‘공황’ ‘투매’ 등 자극적인 단어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돌변한 것을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루 사이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백, 수천만원이 사라지는 상황에서 어느 누가 이성을 지킬 수 있을까.
증시 개장 50년이 흐르면서 국내 시장은 1620개 상장사를 보유한 시가총액 세계 15위, 거래대금 세계 9위의 선진 시장으로 성장했지만 최근의 폭락장을 돌이켜보면 아직 그 속은 다 채워지지 않은 듯하다.
증권·선물·코스닥시장이 통합된 KRX가 출범한 지도 어느덧 1년이 됐다. 올해 KRX의 주요 과제는 기업공개(IPO)와 IT통합이라고 한다.
하루빨리 KRX가 제자리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증시 체질개선작업이 우선이다. 내부 정비에만 힘쓰기에는 KRX의 조직과 역량이 아깝지 않을까.
이호준기자@전자신문, newle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