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정동채 장관의 행보

이진호

 지난 24일 게임업체 한빛소프트를 방문한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의 표정은 밝았다. 그러면서 말 한마디, 한마디에 힘이 실렸다.

 신년 들어 문화산업 현장 중 게임업체를 가장 먼저 찾은 것도 게임업계로선 어깨를 으쓱 할 만한 일이었다.

 사실 연초만 하더라도 정 장관의 심기는 그리 좋지 않았다.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이 웹젠을 먼저 방문하면서, 이상스레 “저쪽은 저런데, 이쪽은 뭐 하냐”라는 시각이 정 장관에게 쏟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문화부는 “우리는 겉치레 방문은 하지 않는다. 업계에 살이 될 선물을 갖고 갈 것이다”란 말로 정책의 우직함을 강조해 왔다.

 그러던 차에 이날 정 장관은 허튼 말이 아니었음을 입증했다.

 한 게임업체 CEO가 “게임이 국가의 차세대 먹거리로까지 거론되는 마당에 제발 욕먹고 사업하는 사람으로만 만들지 말아 달라”는 요청에, 정 장관은 “국민 인식 전환을 포함해 건전 게임문화를 조성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관련 예산도 집중 배정하겠다”고 화답했다.

 중국의 한국 게임 배척에 대해서도 단호한 견해를 피력했다. 정 장관은 “관계부처와 협력해 중국의 불법복제, 해킹문제는 물론이고 현지 서비스 불이익 등을 포괄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참석한 업계 대표자들이 반가워했던 것은 정 장관의 해박함이었다. ‘초치기 공부’였어도 좋다. 보좌관이나 담당자들로부터 사전 교육을 받았다면 더 좋은 일이다.

 어쨌든 이날 정 장관은 업계 관계자 못지않은 해박함과 지식의 깊이로 업계 대표자들의 질문에 힘있게 답했다.

 참여 정부의 실세답게 일부 미묘한 사안에 대해서도 특유의 화법과 자신감으로 질문을 돌파해 나갔다. 진작부터 게임업계가 바라온 주무부처 장관의 본 모습이었다.

 예정된 시간보다 40여분이나 더 토론을 진행한 열정도 좋았다.

 행사 뒤 한 참석자는 “정부가 부른 행사 중 가장 속시원하게 얘기했던 자리인 것 같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실천하는 행정’이 뭔지를 보여 준 정 장관의 연초 선물(?)이 이제 게임업계의 분발로 이어질 때다. 디지털문화부·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