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클릭수를 자랑하는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산업자원부 장관을 임명했다. 아직 인사청문회도 거치지 않은 내정자를 장관으로 버젓이 올려놓았다. 네이버 검색에서 산자부를 찾으면 산자부를 알려주는 조직도에 정세균 장관이 현 장관으로 기록돼 있다. 대통령의 임명이 있기 전에 인사청문회를 거친다. 집권 임명하더라도 최소 한 달은 지나야 한다. 하지만 네이버에서 정 장관 내정자는 이미 산자부 장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카테고리에서도 이희범 현 장관을 역대장관으로 기재했고 정 장관 내정자를 현역 장관으로 올려놓았다.
실수일 수도 있다. 그러나 간단한 실수로 보기에는 여파가 너무 크다. 포털의 신뢰에 치명적인 흠집이 생기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다. 장관은 한 나라를 대표하는 국무위원이고, 나라의 산업정책을 관장하는 대표다. 혹여 외국 공관이나 외국 기업이 인터넷에서 산자부 장관을 찾았을 때 잘못된 정보가 제공된다면 어처구니없는 나라 망신이다. 부처 장관에 큰 관심이 없는 일반인은 네이버 검색 후에 현 산자부 장관을 정세균씨로 알고 있을 것이다.
한 나라의 장관은 국민을 대신하는 일꾼이기도 하지만 국민을 대표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수많은 정보를 다뤄야 하는 포털의 어려움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이 같은 오류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엄연히 현직 장관으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을 놔두고 내정자를 장관으로 기재한 것은 현 장관 개인에게도 큰 실례가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사태가 발생한 또 하나의 원인을 들자면 처음 시도되는 바뀐 장관급 인사제도다. 바뀐 인사제도는 대통령이 장관 내정 후 인사청문회를 거쳐 최종 발령까지 무려 한 달이라는 기간이 소요된다. 대통력 직권으로 발령한다고 해도 한 달 정도 지나야 한다. 자칫 국정 공백이 우려되는 기간이다.
이 기간에 장관의 국정운용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일 수밖에 없다. ‘곧 떠날 장관’이라는 꼬리표가, 안팎으로 맥없는 국정운용을 부추길 것이다. 네이버의 기재 오류 역시 바뀐 장관급 인사제도의 혼란으로 야기된 하나의 해프닝쯤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저간의 사정이야 어떻든, 미디어를 자처하고 네티즌의 의견을 대표한다는 최고의 인터넷 포털이 현직 장관이 누구인지도 모를 만큼 허술한 정보를 올린다는 사실은 ‘입이 백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일이다.
이경우기자@전자신문, kw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