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할리우드가 27일부터 신작영화를 안방의 케이블방송 및 영화관에서 동시에 상영하는 세계 영화업계사상 초유의 실험을 시작하면서 기존 영화배급체인의 붕괴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미국 영화관업계는 이같은 VOD-케이블TV-영화관 동시 배급을 영화관을 망치는 공공의 적으로 규정하고 강력한 반발에 나섰다. 영화관의 종말이 눈앞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복합상영관 공룡전락=할리우드는 지난 27일 미국 극장가에서 개봉된 ‘버블’이라는 영화의 흥행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미디어 동시상영’ 실험이 성공할 경우 신작 영화를 언제나 일순위로 상영해온 극장업계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며 우리나라를 비롯한 다른 나라 영화계의 배급망에도 일대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하지만 미국의 인터넷 억만장자 마크 쿠반은 극장->케이블TV->홈비디오 로 이어지는 영화 유통방식이 디지털시대에 맞지 않는 퇴물이라 비웃으며 ‘미디어 동시상영’이란 폭탄을 할리우드에 던졌다. 마크 쿠반과 2929 영화사가 함께 만든 영화 ‘버블’은 개봉일인 27일 케이블 채널 HD-NET에서 VOD서비스에 들어갔다. 또 31일부터 미전역에서 DVD타이틀 판매가 시작된다.
이에대해 전미극장소유자협회(NATO)의 존 피시안 회장 극장업계의 마크 쿠반을 가리켜 극장업계를 위협하는 ‘공공의 적’이라고 신랄하게 비난했다. 미국의 극장체인 대부분도 영화 ‘버블’의 상영을 거부하는 왕따대열에 동참했다. 하지만 마크 쿠반은 “미디어 동시상영이 영화업계 전체의 파이를 늘릴 것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미디어 동시배급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주피터 리서치의 한 애널리스트는 “전통적인 영화 유통체인은 관습적인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면서 “앞으로 극장업계는 HDTV를 갖춘 안방극장보다 더 나은 영화체험을 제공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거대 복합상영관들이 디지털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공룡신세가 됐다는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할리우드는 지난 수년간 미국의 대형 복합상영관이 간신히 적자만 면하는 매출을 올렸고 지난 여름 성수기엔 매출 부진과 관객수 급감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호기심반 질시 반= 미국의 영화제작자들은 마크 쿠반의 실험을 질시와 호기심에 눈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할리우드는 TV와 VTR, 케이블방송의 잇따른 도전을 잘 이겨냈지만 최근의 상황은 이제 나름대로 지금까지보다 훨씬 좋은 감동을 주는 매체만이 살아남는다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미디어 회사들이 엔터테인먼트를 더욱 빠르게 전달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심지어 월트 디즈니의 로버트 아이거 회장도 얼마전 “영화를 상영관과 DVD, 기타 미디어를 통해서 동시상영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
사진: 세계 최초로 미디어 동시상영에 들어간 영화 ‘버블’의 포스터 사진